“홈런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라운드 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치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5)에게 홈런이라는 단어는 먼 나라 얘기였다. 아마추어 때의 기록을 살펴봐도 황성빈은 홈런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 소래고 시절 0개, 경남대 시절에는 3학년 때인 2018년 1개 뿐이었다.
컨택과 기습번트, 빠른 발로 상대를 뒤흔드는 유형으로 1군에서 생존하고 있는 황성빈이다. 여전히 황성빈에게 홈런은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홈런은 없었다.
지난 5월 15일 대전 한화전 9회, 황성빈은 우측 담장 앞까지 보내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보냈고 빠른 발로 3루타를 만들었다. 홈런성 타구처럼 뻗어갔지만 막판에 타구의 힘이 죽었다.
이후 구단 관계자와 취재진이 이 타구가 홈런이 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자 황성빈은 “홈런은 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냉철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뒤 “그라운드 홈런이 더 빨리 나올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만큼 황성빈은 홈런 욕심을 내지 않았고 자신의 출루와 컨택에 더 집중했다. 홈런은 황성빈에게 꿈이었다.
이후 꾸준히 선발 출장 기회를 받으면서 1군 주전이라는 꿈을 이룬 황성빈은 또 다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지난 6일 문학 SSG전, 1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노경은의 초구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SSG 우익수 한유섬이 담장 앞에서 점프를 했기에 타구가 넘어갔는지 불분명했던 상황. 황성빈은 타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2루에서 멈칫 거렸다. 그러다가 심판진의 시그널을 보고 황성빈은 본인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베이스를 돌았다. 데뷔 첫 홈런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홈런은 KBO리그 역사에도 이름을 남긴 홈런이다. 데뷔 첫 홈런을 초구 리드오프 홈런으로 장식한 역대 첫 번째 선수가 됐다.
현재 황성빈은 사실상 롯데의 외야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수비에서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지만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대신 타격에서는 점점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며 일취월장하고 있다. 레귤러 멤버로 출장한 지 두 달 가까이 되어가지만 성적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45경기 타율 2할8푼6리(140타수 40안타) 1홈런 7타점 29득점 OPS .70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두산전부터 30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충실히 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우상이었던 박용택의 은퇴식 날(3일 잠실 LG전)에 연속경기 출루 기록이 깨졌다. 하지만 5일 SSG전 볼넷을 얻어내며 다시 출루 기록을 이어갔고 이날 홈런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롯데 입단 직후 곧장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첫 시즌부터 황성빈은 많은 것을 해냈다. 1군 데뷔, 첫 안타, 30경기 연속 출루 기록, 그리고 첫 홈런까지. 꿈을 하나씩 달성해가는 황성빈의 올 시즌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