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은 팬들과 선수들이 모두 인정해줘야 나갈 수 있는 자리잖아요.”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는 지난 4일 발표된 ‘2022 KBO 올스타 베스트12’ 투표 결과에서 총점 48.91점(팬 1,159,911표, 선수단 199표)을 얻으며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7년, 2019년, 2020년, 2021년에 이어 개인 통산 5번째 베스트12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5일 잠실에서 만난 이정후는 “이번 올스타전은 2년 동안 열리지 않아 감회가 새롭다”라며 “올스타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못해볼 수 있다. 또 팬들과 선수들이 모두 인정을 해주셔야 한다. 어릴 때 아버지가 올스타전에 나가는 걸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했고, 나도 나중에 프로야구 선수가 되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축제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올스타전인 만큼 특별한 팬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정후는 “세레머니는 딱히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일단 레게 머리를 하고 경기에 출전하려고 한다. 다행히 머리 길이가 된다는 말을 들었다. 만약에 안 되면 머리를 붙이면 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미스터 올스타에 대한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정후는 “물론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전반기 내내 순위 경쟁을 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다. 올스타전마저 상을 받겠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후반기가 되면 전쟁터에서 또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데 축제의 자리만큼은 즐기고 싶다”라며 “그래도 경기할 때는 진지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타격왕을 거머쥔 이정후는 올해 장타력까지 장착하며 홈런 부문에서 박병호(KT), 김현수(LG)에 이어 3위(14개)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난 프리배팅 때도 홈런을 못 친다. 특히 잠실은 더 그렇다. 전혀 내 분야가 아니다”라며 “쳐서 어디로 보내라는 건 잘할 수 있는데 멀리 치는 건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정후가 이번 올스타전을 유독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한국프로야구의 레전드로 불리는 아버지 이종범 LG 퓨처스 감독 때문이다.
KBO는 리그 40주년을 기념해 팬들과 전문가 선정위원의 투표로 '한국 야구 레전드 40인'을 선정했다. 그리고 올스타전이 열리는 16일 잠실구장에서 40인 중 최다 득표 1~4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레전드 40인 발표를 기대하고 계신다”라고 웃으며 “내 앞에서 그날 레전드로 발표가 되면 멋있을 것 같다. 아버지가 현역 시절 좋은 선수, 또 멋진 선수였는데 많은 팬들 앞에서 레전드로 인정받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아울러 “꽉 찬 잠실구장 분위기도 기대가 된다. 2019년 한국시리즈 이후로 꽉 찬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좋은 선수들과 만원 관중 앞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렌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프로 입단 동기들과 함께 누비는 올스타전도 꿈꾼다. 키움은 올해 2017년에 입단한 이정후(1차 지명), 김혜성(2차 1라운드), 김재웅(2차 6라운드), 이승호(KIA 2차 1라운드) 등 활약이 눈에 띈다. 물론 이정후의 친구들이 올스타전에 출전하려면 홍원기 감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정후는 “내가 감독이라면 내 동기 3명을 뽑겠다”라고 농담하며 “올해는 우리 동기들 활약이 너무 좋다. 승호, 재웅, 혜성이와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감독 추천 선수가 있으니 그걸 노려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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