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투수 교체 결정에 반기를 든 포수가 있다. 한화 포수 박상언(25)의 당돌함이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6일 대전 삼성전. 한화 선발 남지민은 4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1루 땅볼에 이어 연속 삼진을 잡으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덕아웃에 들어온 남지민에게 수베로 감독은 “수고했다”며 교체를 알렸다. 당시 남지민은 4이닝 3실점에 투구수가 59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음날이 월요일 휴식일이라 수베로 감독은 불펜 조기 투입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때 포수 박상언이 수베로 감독에 반하는 의견을 냈다. 그는 “(교체) 안 된다. 4회 위기를 잘 막았고, 구위도 좋다. 분위기를 살려서 남지민으로 한 이닝 더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언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수베로 감독은 남지민을 교체했다. 5회 시작부터 윤호솔이 마운드에 올랐다.
박상언의 의견을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그 모습이 수베로 감독에겐 무척 인상적이었던 모양. 수베로 감독은 “한국 문화에서 선수가 감독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박상언의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음날 박상언을 감독실에 불러 야구 이야기를 즐겁게 많이 했다”며 웃었다.
유신고 출신으로 지난 2016년 2차 8라운드 전체 79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박상언은 상무에서 일찌감치 군복무도 마쳤다. 퓨처스 팀에서 육성 과정을 거쳐 지난 5월초 1군에 콜업됐고, 두 달 넘게 백업 포수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입단 때부터 타격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박상언은 올 시즌 28경기 59타수 16안타 타율 2할7푼1리 2홈런 8타점 4볼넷 10삼진 OPS .741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타석이 많지 않지만 펀치력이 있다. 지난 5월25일 대전 두산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했고, 지난달 18일 창원 NC전에선 1-1 동점으로 맞선 8회 팀에 리드를 안기는 솔로포로 클러치 홈런까지 터뜨렸다.
주 1~2회씩 꾸준히 선발 마스크를 쓰면서 수비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난 3일 고척 키움전에선 2년 연속 도루왕을 노리는 김혜성을 정확한 2루 송구로 잡아냈다. 수베로 감독은 “기회의 소중함을 잘 알고 매일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투수 리드를 위한 공부도 많이 한다”며 박상언을 거듭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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