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추락을 걱정하다니…7년 연속 KS 왕조의 몰락 '충격'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7.06 03: 47

얼마 전 8위 추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9위를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9위는 2015년 김태형호 출범 이후 전혀 인연이 없었던 순위.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낸 두산 왕조가 빠르게 기울고 있다.
두산이 또 졌다. 그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패했다. 두산은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의 시즌 10차전에서 3-4 충격 역전패를 당했다. 4연패 탈출을 눈앞에 둔 9회 2사 만루서 주전 2루수 강승호가 치명적 송구 실책을 범하며 팀을 5연패 나락으로 떨어트렸다.
경기에 앞서 허경민과 이정훈 타격코치를 1군 엔트리에 등록하며 분위기 쇄신을 외친 두산. 곧바로 경기장에서 효과가 드러났다. 리그 최고의 강속구 투수 안우진을 만나 4회 양석환의 선제 투런포로 리드를 잡았고, 마운드에서는 ‘영웅 저격수’ 이영하의 5⅓이닝 1실점 호투에 이어 정철원-이현승-김명신-홍건희 순의 불펜이 상대의 8연승 기세를 막아냈다. 두산 벤치는 어떻게든 연패를 끊기 위해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와 함께 필승조를 총동원했다.

경기를 마치고 두산 강승호가 팬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22.07.05 / dreamer@osen.co.kr

두산은 그 결과 2-1로 근소하게 앞선 가운데 마지막 9회를 맞이했다. 마무리 홍건희는 선두 이지영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곧바로 대타 김수환과 박준태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 2개를 늘렸다.
문제는 2사 후였다. 후속 김준완과 이용규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2사 만루 위기를 맞이한 상황. 그러나 홍건희는 당황하지 않고 감이 좋은 이정후를 만나 1B-1S에서 슬라이더를 던져 2루수 쪽 땅볼을 유도했다. 때마침 수비 시프트가 적중하며 강승호가 원래 위치보다 뒤쪽에서 타구를 캐치했고, 침착하게 1루에 공을 뿌리면 4연패 탈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강승호는 긴장했는지 1루수 키를 넘는 치명적인 악송구를 범하며 3루주자와 2루주자에게 모두 홈을 내줬다. 경기가 2-3으로 뒤집힌 순간이었다. 흔들린 홍건희는 이후 송성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고 상대에게 완전히 승기를 내줬다. 두산은 마지막 9회 양석환의 솔로홈런으로 다시 1점 차 추격을 가했으나 동점을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3-4 석패.
9회초 2사 만루 상황 키움 이정후의 내야 땅볼 때 두산 2루수 강승호의 송구 실책으로 1루수 양석환이 포구에 실패하고 있다. 이 사이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며 역전 허용. 2022.07.05 / dreamer@osen.co.kr
두산은 이날 패배로 5월 20일 잠실 롯데전 이후 46일 만에 5연패 수렁에 빠졌다. 같은 시간 6위 삼성이 LG에, 7위 롯데가 SSG에 나란히 패하며 7위와의 승차가 1경기로 유지됐지만 대전에서 한화를 꺾은 9위 NC와의 승차는 1.5경기로 좁혀졌다. 지난 2일 수원 KT전 패배로 297일 만에 8위로 추락한 데 이어 9위까지 걱정해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후 두산의 가장 낮은 순위는 8위였다. 9위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한편 강승호는 SK(현 SSG) 시절이었던 지난 2018년 11월 2일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1루 송구 실책으로 팀에 민폐를 끼친 적이 있다. 당시 9-6으로 앞선 마지막 9회 2사 2루서 서건창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허무한 악송구를 범하며 9회 5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그 때는 연장에서 한동민(현 한유섬)의 극적인 끝내기홈런이 터지며 SK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이날은 그러한 반전도 없었다. 실책으로 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한판이었다.
강승호는 올 시즌 타석에서도 74경기 타율 2할3푼5리 3홈런 37타점 OPS .588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1할2푼5리. 그래도 그 동안 수비에서는 줄곧 안정감을 뽐내며 자신의 출전 이유를 입증했지만 이날 충격 실책으로 공격과 수비 모두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두산 왕조의 몰락을 가속화시킨 악송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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