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올해 주전 유격수 자리는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딕슨 마차도가 떠난 뒤 우려했던 지점들을 어쩔 수 없이 확인하고 있다.
마차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프링캠프 직전 해외파 출신으로 천재 유격수 소리를 듣던 이학주(32)를 데려왔다. 유망주 투수 최하늘, 여기에 올해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이 반대급부였다. 만만치 않은 대가를 지불하면서 이학주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하지만 현재 이학주는 기대에 걸맞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일단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전반기 동안 1군 내내 머물지 못했다. 개막을 앞두고는 손가락, 이후에는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이 제법 된다.
성적은 51경기 타율 2할1푼7리(152타수 33안타) 홈런 없이 8타점 14득점 OPS .537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타격 기록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수비라도 괜찮을까. 유격수로 376⅓이닝을 뛰면서 11개의 실책을 범했다. 이학주의 넓은 수비 범위 등을 감안하면 실책 숫자로 수비력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높은 게 사실이다. 공수에서 인상적이지 않은데 부상까지 더해지면서 경쟁력 있는 유격수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 사이 롯데는 박승욱(30),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롯데팬으로 꿈을 키운 신인 내야수 한태양(19)이 1군 유격수 자리를 양분하고 있었다. 박승욱은 이미 1군에서 기대치가 계산이 되는 선수. 대수비와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하면서 간간이 쏠쏠한 방망이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태양은 신인의 패기 말고는 확인된 것이 없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한 시기였던 5월 말, 한태양은 1군에 처음 콜업됐다. 이후 한태양은 수비에서 안정적인 스텝과 글러브 핸들링, 송구 능력으로 1군 레벨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한태양은 자신의 출장시간을 늘려가면서 계속해서 1군에 생존하고 있다. 타격 성적은 25경기 타율 1할4푼6리(48타수 7안타) 3타점 10득점 OPS .408의 성적이다. 타격에서는 성장통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수비에서만큼은 성장통 없이 적응하고 있다는 것은 한태양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4일 롯데는 엔트리 변동을 단행하면서 내야수 배성근을 2군으로 내렸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2군에서 5경기를 뛰면서 타율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 3볼넷 1삼진의 기록을 남긴 이학주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대신 한태양은 5월 22일 1군에 콜업돼 5일까지, 어느덧 45일 째 생존하고 있다. 1군 코칭스태프도 이제는 한태양의 수비력은 신뢰하는 눈치다.
이학주가 확실한 주전 유격수로 안착하고 그 사이 한태양을 비롯해 배성근, 김세민 등 젊은 유격수 자원들이 성장하는 게 롯데의 베스트 시나리오다. 이학주가 유망주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역할을 하는 ‘스탑갭’ 선수가 되기를 롯데는 바란다. 하지만 어느정도 성적을 거둬줘야 버티는 것도 가능하다. 이학주의 향후 커리어와도 연관된 문제다. 한태양이라는 신예 유격수가 성장하고 있기에, 이학주도 이제는 확실하게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