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표된 KBO 올스타 베스트12 최종 투표 결과를 보면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이 엇갈린 선수가 7명이나 있다. 올스타 베스트12는 팬 투표 70%, 선수단 투표 30%를 합산한 점수로 선정된다. 팬심이 높은 선수들이 유리한 구조다.
드림올스타 중간투수 홍건희(두산), 2루수 안치홍(롯데), 나눔올스타 선발투수 안우진(키움), 마무리투수 고우석(LG), 포수 양의지(NC), 2루수 김혜성(키움), 3루수 노시환(한화)은 선수단 투표 1위를 받았지만 팬 투표에서 밀려 올스타 베스트12에 들지 못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안우진이다. 안우진은 선수단 투표 1위 선수 7명 중 팬 투표가 가장 적었다. 선수단 투표 108표에도 불구하고 팬 투표 23만7800표에 그쳤다. 나눔올스타 선발투수 후보 5명 중 4위. 안우진의 총점은 16.19점으로 팬 투표 최다 득표자인 KIA 양현종(45.80점)은 물론 LG 케이시 켈리(17.37점)에도 밀려 최종 3위에 그쳤다.
안우진은 실력만 보면 명실상부한 KBO리그 넘버원 국내 투수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95⅓이닝을 던지며 9승4패 평균자책점 2.17 탈삼진 105개 피안타율 1할9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2위, 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피안타율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고 160km, 평균 152km 패스트볼을 뿌리며 KBO리그 최고의 구위를 뽐내고 있다. “한국에서 던질 투수가 아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우진이 강력한 1선발이 자리매김한 키움도 시즌 전 하위권 예상을 보기 좋게 깼다. 1위 SSG에 1.5경기차 뒤진 2위로 깜짝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팀 성적으로나 개인 성적으로나 최고의 시즌이지만 안우진을 향한 팬심은 차가웠다. 휘문고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한 과거가 그를 옭아매고 있다. 학교 폭력 때문에 데뷔도 하기 전 KBO와 구단으로부터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안우진에게 3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내리며 국가대표 선발 자격도 영구 박탈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원정 숙소 이탈 후 코로나 방역 수칙을 위반한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다시 한 번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있지만 팬심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안우진 스스로 짊어져야 할 일이지만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과도 연관이 있어 선수 개인 문제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선수 선발 주체인 올림픽,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 등과 달리 KBO가 주관하는 WBC 국가대표팀에는 안우진도 발탁 가능하다. 야구 인기를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 최정예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 WBC에서 국내 최고 투수를 외면하기 어렵다. 다만 안우진을 바라보는 팬심이 여전히 싸늘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어 KBO의 고민이 깊어질 듯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