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은퇴식이라고 생각하고 던졌어요"
LG 투수 ‘휘문택’ 임찬규가 휘문고 13년 선배 박용택의 은퇴식에서 무실점 호투로 승리 발판을 만들었다.
임찬규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 5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임찬규는 1-0 리드에서 6회 불펜에 공을 넘겼다. 비록 불펜이 1-1 동점을 허용하면서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LG가 4-1로 승리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날 경기 전에는 박용택의 은퇴식, 경기 후에는 영구결번식이 진행됐다. 임찬규는 박용택의 휘문고 13년 후배. 그런데 올 시즌 부진한 투구 내용을 기록 중이었다. 경기 전까지 10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5.98이었다.
임찬규는 경기 후 "박용택 선배의 은퇴식 경기 선발로 결정되고 나서 SNS에서 욕을 엄청 먹었다. 올해 결과가 안 나와 부담이 됐고, 팬들께 죄송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돼야 하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마이너스만 됐으니까 죄송했다"고 말했다.
욕설 등 팬들의 과도한 관심에 "욱하거나 하진 않았다. 팬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보겠구나 생각했다. 그동안 실망시켰기 때문에 당연하고 맞는 말씀을 하셨다. 만회해야겠다"며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박용택 은퇴식 선발 등판. 임찬규는 "솔직히 엄청난 부담이 됐다. 그러나 오히려 찬스가 될 수 있다. 전화위복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을 먹었다. 용택이 형만 생각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나갈 때보다 더 긴장됐다. 레전드의 은퇴식인데, 내가 못해서 정말 총체적 난국이 되면 안되니까. 제발 반만 하자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마운드 올라가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 마운드에서 박용택은 임찬규에게 기를 불어넣는 싸대기 세리머니(?)를 살짝 했다. 박용택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시구 후에 임찬규가 정신 차리고 잘 던지라고 뺨을 때리는 세리머니를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임찬규는 "정신 한 번 차리게 하고 뭔가 연기 한 번 해보자 하셨다. 생각보다 선배가 살살 때리더라. 정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임찬규는 이날 5회까지 4차례나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으나 실점은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1회 첫 타자 안치홍에게 안타를 맞았다. 임찬규는 "맞고 나서 이거 큰일 날 수도 있겠다 싶더라. 1회 실점하면 큰일 난다, 최선을 다해서 던졌다. (잘못하면) 내 은퇴식이었다. 진짜 내 은퇴식이라 생각하고 그런 각오로 던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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