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 행위를 저질러 그라운드를 떠난 야구계의 빌런들이 모바일 야구 게임에서는 여전히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팬 서모 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즐겨하는 모바일 야구 게임 속 선수들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범법 행위를 저질러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들이 버젓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
세 차례 음주운전에 적발돼 국내 무대 복귀가 무산된 A 선수를 비롯해 사기 혐의로 벌금형 처분을 받은 B 선수, 승부 조작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C 선수 등 사법 기관의 법적 처분을 받았던 일부 선수들이 모바일 게임 속에서는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서모 씨는 "초등학생 아들이 범법 행위를 일으켰던 선수들에 대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가 온라인 게임 속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한국 프로야구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범했는데 범죄를 저지른 선수가 모바일 게임에 나오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범죄를 저질러도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국 프로야구계에 선동렬, 최동원, 김시진, 이만수, 이승엽 등 뛰어난 실력과 올바른 품행으로 모범이 되는 레전드가 즐비하다. 굳이 범죄 행위를 일으킨 선수까지 포함시킬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허구연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지난 몇 년간 우리는 팬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각종 사건, 사고, 국제대회 성적 부진 등으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급기야 이탈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던 점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4불(음주운전, 승부조작, 성범죄, 약물 복용)을 금지 사항으로 특별히 지켜주길 바란다. 일부 선수의 일탈이 야구계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체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KBO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을 개정했다. 제재 대상을 면허정지, 면허취소, 2회 음주운전, 3회 이상 음주운전 4가지 행위로 계량화하여 보다 간명하게 규정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 별도의 상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 규약 조항에 의해 바로 제재가 부과된다.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경우 70경기 출장정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경우는 1년 실격처분, 2회 음주운전 발생시 5년 실격처분, 3회 이상 음주운전 발생시 영구 실격처분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KBO리그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야구 게임 또한 KBO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범죄 행위를 일으킨 선수 대신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들로 팀을 꾸려도 경기력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모바일 야구 게임 업체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