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정찬헌(32)이 초록색 글러브를 사용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찬헌은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을 수확했다.
이날 초록색 글러브를 착용하고 마운드에 오른 정찬헌은 2회 종료 후 심판진에게 글러브 색상을 지적받았다. 규정상 투수 글러브는 심판진이 타자의 집중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색상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KBO리그 경기규칙 3.07 투구 글러브 (a)항에는 “투수용 글러브는 가죽의 가장자리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흰색, 회색 또는 심판원이 타자의 집중을 저해한다고 판단하는 색상을 사용 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정찬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규정상 녹색 글러브가 안된다고 한다. 이전에도 인천 경기에서 이 글러브를 썼다가 지적을 받아서 글러브를 교체한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김)광현이형이 녹색 글러브를 끼고 던지는 모습을 봐서 다시 괜찮구나 싶어서 오늘 초록색 글러브를 사용했다”라고 초록색 글러브를 착용한 이유를 밝혔다.
“오늘도 글러브를 바꾸라고 하니 ‘김광현은 되고 나는 안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한 정찬헌은 “그래도 규정상 안된다고 하니 다음 경기부터 이 글러브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즐겨 쓰는 글러브 색도 아니다. 그냥 한 번 맞춰본 글러브인데 길이 너무 잘 들었다. 그냥 놔두기 아깝기도 하고 한 번 더 써보고 싶었는데 마침 광현이형이 초록색 글러브를 쓰길래 나도 되겠다 싶어서 한 번 더 써본 것 뿐이다”라며 웃었다.
김광현은 지난달 25일 NC전에서 초록색 글러브를 사용했다. 당시 SSG ‘스타벅스 데이’ 이벤트를 개최하며 선수들이 모두 초록색 유니폼을 착용했다. 김광현은 유니폼 색깔에 맞춰서 특별제작된 초록색 글러브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당시 심판진은 김광현의 초록색 글러브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SSG 관계자는 “초록색 글러브 사용에 대해 선수나 구단이 상대팀이나 심판진에 특별히 미리 양해를 구한 사항은 없다. 김광현은 그저 이벤트를 위해 유니폼 색깔에 맞춰서 초록색 글러브를 사용했을 뿐이다. 상대 팀에서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았고 심판진에서도 제지를 하지 않아 계속 초록색 글러브를 사용했다. 김광현은 당시에는 초록색 글러브를 착용하면 안된다는 규정도 몰랐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KBO리그의 투수 글러브 관련 규정에는 ‘초록색’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흰색과 회색을 제외한 다른 색상들은 심판의 판단하에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의미의 규정이다. 3.07 투구 글러브 (c)항에는 “주심은 자체적인 판단이나 다른 심판원의 의견 또는 상대팀 감독의 어필을 근거로 3.07⒜ 또는 ⒝를 위반하는 글러브의 사용을 금지 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하고 있다. 반대로 해석을 하면 상대팀의 어필이 없거나 주심이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초록색 글러브라도 사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과거에도 상대팀 감독이 어필을 하기 전까지 1년 이상 계속 규정에 어긋나는 글러브를 사용하다가 어필이 들어와 사용 금지 판정을 받고 나서야 글러브를 교체한 사례도 있다.
KBO 관계자는 "담당팀에 확인한 결과 정찬헌과 김광현의 글러브 색은 같은 초록 계열이라고 해도 차이가 많이 났다고 한다. 정찬헌의 글러브가 훨씬 밝은 색으로 그라운드 색과 유사성이 높고 그로인해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 초록 계열이면 무조건 안된다가 아니라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판단의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의 초록색 글러브 사용은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정찬헌의 입장에서도 자신만 초록색 글러브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정찬헌은 글러브를 교체해 정상적으로 경기를 마쳤고 더이상 해당 글러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더 이상 초록색 글러브가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