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억 '2할 타율', 85억 '부상', 56억 '벤치'…297일 만에 8위 추락, 당연한 결과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7.03 03: 47

두산 베어스가 지난해 후반기에 이어 또 다시 8위 추락이라는 참사를 맞이했다. 아직 전반기도 끝나지 않았고,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와의 승차가 크지 않지만 무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이기에 ‘8’이라는 숫자가 또 다시 낯설게 다가온다. 왜 두산은 올해 이렇게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두산은 지난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10번째 맞대결에서 3-8로 패하며 3연패와 함께 단독 8위(32승 2무 40패)로 추락했다. 두산이 8위로 떨어진 건 지난해 9월 8일 잠실 키움전 이후 무려 297일만의 일. 지난달 14일부터 2주가 넘도록 7위를 맴돌다가 2일 잠실에서 롯데가 LG에 승리를 거두며 시즌 처음으로 단독 8위의 굴욕을 맛봤다.
야구를 잘하는 두산이 9위 NC에 3.5경기 차이로 쫓기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팀 내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성적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는 곧 돈이고, 돈이 곧 그 선수의 가치와 능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거액을 받고 그에 걸맞은 활약을 못할 경우 그 선수에게는 ‘먹튀’라는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다.

좌측부터 두산 김재환-허경민-정수빈 / OSEN DB

두산은 지난 2021시즌을 앞두고 그 어떤 구단보다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왕조 구축 이후 무려 7명의 내부 FA(자유계약선수)가 쏟아져 나오며 이들을 향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결국 모기업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허경민(4+3년 85억원), 김재호(3년 25억원), 정수빈(6년 56억원), 유희관(1년 10억원)은 단속한 반면 최주환(SSG), 오재일(삼성), 이용찬(NC)과는 동행을 마감했다.
그리고 1년이 흘러 이번에는 4번타자 김재환과 국가대표 외야수 박건우가 나란히 FA 자격을 얻었다. 이번에도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김재환을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4년 총액 115억원에 붙잡았으나 박건우는 단속에 실패한 가운데 스토브리그를 마감했다.
두산이 최근 들어 어려운 모기업 사정 탓에 스몰마켓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짙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히 살펴보면 두산은 최근 2년간 무려 291억원을 투자한 구단이다. 외부 영입이 2015시즌 장원준 이후 없었을 뿐 집토끼 단속에서는 거침없이 지갑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과거 왕조 시절 1군 엔트리 내 절반이 넘는 선수가 모두 국가대표였다. 내부 FA 단속이 그들에겐 곧 전력 강화나 다름없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 / OSEN DB
그러나 올해 그 투자의 결과를 살펴보자. FA는 계약 기간이 모두 끝난 뒤 평가를 내리는 게 맞지만 일단 중간 성적은 대실패다. 115억 4번타자 김재환은 71경기 타율 2할3푼6리 12홈런 39타점 OPS .789라는 저조한 성적과 함께 홈런왕 도약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고, 허경민은 FA 2년차를 맞아 해결사 역할을 도맡다가 무릎을 다쳐 6월 15일부터 2주가 넘도록 전력에서 빠져 있다.
정수빈은 어떤가. 김재환과 마찬가지로 70경기 타율 2할3푼4리 21타점 OPS .584의 슬럼프 속 연봉 4800만원 안권수와 3000만원 양찬열에게 밀렸다. 6월 중순부터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래도 지난해 가을 이른바 ‘정가영’의 재림으로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두산이 그를 가을에만 써먹으려고 56억원의 거액을 안긴 건 결코 아니다. 56억 사나이가 대주자, 대수비로 나서는 건 전력의 상당한 누수다.
야구라는 종목이 특정 선수에 따라 성적이 좌지우지되는 건 아니다. 야구는 철저한 팀 플레이다. 그러나 매 년 상승세를 달리는 팀을 보면 대부분 고액 연봉자가 중심을 잡고 있다. 리빌딩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구단 또한 그 역할을 바라고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다. 두산도 과거 장원준, 오재원, 김재호 등 대형 FA들의 활약 속 왕조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올해는 FA 계약자들의 모습이 실망 그 자체다.
물론 서두에서 언급했듯 아직 전반기가 진행 중이고, 두산에게는 70경기가 남아 있다. 또 두산은 전통적으로 9월부터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는 팀이다. 지난해에도 9월 초 8위 악몽을 딛고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라클 재현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결국 해줘야할 선수들이 해줘야 기적도 일어나는 법. 또 한 번의 8위 추락을 맞아 고액 연봉자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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