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지난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홈팀의 끝내기 승리로 마침표를 찍었다. KIA는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승패 적자도 2개까지 줄어들었다. 이제는 5할 승률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KIA는 5-1로 앞섰지만 마운드가 공략을 당해 추격을 허용했다. 5-5 동점까지 내주었다. 루키 김도영이 7회 우월 솔로포를 터트려 다시 앞서 갔지만 우완 김재열이 다시 동점을 허용했다. 9회초 1사 1,3루 절호의 기회에서 나성범의 2루 병살타가 나오면서 승기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
KIA는 동점상황이었던 9회말 필승맨 전상현과 마무리 정해영을 기용하지 않았다. 전상현은 2연투를 했기 때문에 등판은 어려웠다. 이날은 사실상 불펜데이였다. 일찍부터 불펜진을 가동해 투수들은 소진한 가운데 정해영에게 연장승부를 맡기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8회2사후 등판한 김현준에게 9회를 맡겼다. 김현준은 씩씩하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한유섬 2루타와 자동볼넷, 크론의 땅볼을 무리하게 잡은 1루수의 실수까지 나오며 만루 부담을 안겨주었다.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끝내기 패배였다. KIA는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연패를 끊지 못했다.
김현준의 밀어내기 볼넷이 나오자 KIA 덕아웃은 침묵에 휩싸였다. 이길 수도 있던 경기를 내주었다는 분위기였다. 특히 끝내기 볼넷을 내준 김현준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이닝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얼굴표정이었다. 그라운드에 서성이며 가장 외로워 보였던 그 순간. 에이스 양현종이 다가가 아무말 없이 머리를 어루만져주고 어깨를 토닥였다.
말은 없었지만 "괜찮아, 수고했어,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는 위로의 의미였다. 승부의 세계에서 실패와 실수는 항상 일어나기 마련이다. 실패에 빠지지 말고 다음 경기에서 만회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의 격려에는 묵직한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팀에는 양현종 같은 베테랑이 필요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