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이 외야수의 60억…또 한번의 해명이 된 경기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7.02 09: 48

[OSEN=백종인 객원기자] 작년 준플레이오프 때다. 베어스가 트윈스를 꺾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결정전인 3차전 스코어는 10-3이다. 일방적 게임이지만 패자의 마음은 다르다. ‘작은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그런 생각들이다. 플레이 하나가 흐름을 바꿨다는 믿음이다.
바로 1회 말 첫 타석이다. 홍창기가 좌중간에 빨랫줄을 널었다. 총알 같은 라인드라이브다. 누가 봐도 안타가 분명하다. 그런데 뭔가 번쩍였다. 낙구 지점으로 날아든 빛이다. 정수빈이었다. 엄청난 다이빙으로 낚아챈다. 수퍼 캐치였다.
그리고 한 달 뒤. FA 계약 하나가 릴리스됐다. 람보르미니의 잠실행이다. 계약서의 갑(甲)이 된 차명석 단장은 다시 그 얘기를 꺼낸다. “그 때 그 장면 기억하시죠? 준플레이오프 때 정수빈의 캐치. 똑같은 역할을 할 선수입니다.”

지난 달 28일 NC전서 런다운에 걸린 박해민이 재치 있는 플레이로 2루에서 살아났다. 2022.06.28 / soul1014@osen.co.kr

하지만 그들 생각이다. 사람들은 뒷말을 꺼낸다. ‘아무리 그래도 4년 60억원은 너무 오버 아닌가.’ 그런 수군거림이다. ‘너무’라는 부사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 아무리 잠실이지만 그래봐야 외야 수비 아닌가. ▶ 타력도 폭발적인 스타일과 멀다. ▶ 도루 역시 현대 야구에서 재평가되는 추세다. 뭐 그런 지적들이다. 무엇보다 정수빈도 6년에 56억원 아닌가.
이후 한동안 피곤했다. (영입) 입안자 류지현 감독, 그리고 차 단장의 입이 그랬다. 계약에 대한 해명과 설명이 수시로 필요했다. 넓은 수비 범위, 뛰어난 주루 능력, 번뜩이는 센스, 취약점이던 2번 타순의 보강 등등. 시시콜콜 따지고, 열거해야 했다.
게다가 웬걸. 뚜껑이 열리자 말문이 막힌다. 첫 달 성적표 탓이다. 4월 내내 타격이 바닥을 맴돈다. 한달간 타율이 0.183.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짓눌린 탓이리라. 다행히 5월부터 반등했다. 4경기 연속 3안타쇼도 펼쳤다. 상승세는 6월에도 이어졌다. 친정팀 상대로 5안타 게임(15일 잠실)도 기록했다.
1일 롯데전 6회말 2사 1, 3루에서 결승타가 된 중전 적시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22.07.01 /jpnews@osen.co.kr
그리고 또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 팀이 어려울 때였다. 홍창기가 빠진 이후다. 공교롭게도 톱타자로 가면서 공격력이 터진다. 6월 28일(NC) 4타수 3안타, 7월 1일(롯데)은 3타수 3안타 2볼넷으로 5출루 경기다.
특히 6회 타석이 절정이다. 1-1의 갑갑한 동점이었다. 무사 1, 3루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유강남과 이영빈이 연속 삼진이다. 무득점으로 막히면, 흐름은 넘어간다. 승부 세계의 냉엄한 수순이다. 그런 부담스러운 타석이었다. 3구째. 146㎞ 빠른 볼을 그대로 반송시킨다. 투수를 빠져 중견수까지 가는 적시타로 해결했다. 결국 이 안타는 2-1 게임의 결승타가 됐다.
똑딱이 외야수와 60억원에 대한 해명은 간단치 않다. 어느 타석, 어떤 수비 하나로 충분할 리 없다. 꾸준히 누적되고, 반복돼야 더 많은 설득력을 얻는다. 바로 어제 게임도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류지현 감독이 그를 눈여겨 본 이유 중 하나다. “그 친구는 무엇보다 본인 노력으로 올라온 선수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지명이 아닌 육성선수로 입단해서 자신의 것을 잘 만들어서 국가대표까지 됐죠.” FA 가치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스스로가 입증해야 하고, 그럴 것이라는 게 팬들의 기대다.
* 박해민 – 타율 0.293, 홈런 2, 타점 28, 도루 15, OPS 0.734, 전경기 출전 (1일 현재)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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