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국인투수 듀오가 같은날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작년 MVP 아리엘 미란다는 2군에서, 에이스 로버트 스탁은 1군에서 쓴맛을 봤다.
스탁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9번째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5피안타 5사사구 1탈삼진 8실점(비자책) 난조로 시즌 5패(7승)째를 당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린 서산발 비보를 들었다. 지난달 25일 잠실 KIA전에서 ⅔이닝 7사사구 4실점으로 무너진 미란다가 1군 말소 후 첫 경기인 한화 2군전에서 1이닝 4피안타 5사사구 6실점으로 강판된 것. 직구 최고 구속은 130km에 불과했고, 투구 도중 왼쪽 등 담 증세까지 겪으며 1이닝 소화 후 경기를 마쳤다.
이미 미란다 교체를 결정한 사령탑은 미련을 아예 버린 모습이었다. 1일 만난 김태형 감독은 “투구 내용이 별 의미가 없다. 지금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제는 쉬라고 해야 한다”라고 혹평했다.
그리고 같은 날 공교롭게도 1군에 있는 스탁도 미란다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투구로 실망을 안겼다. 올 시즌 15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08로 에이스 역할을 수행 중이었지만 이날은 KT 타선에 그야말로 난타를 당했다. 1회 타선이 상대 에이스 고영표를 상대로 뽑은 5점도 무용지물이었다.
5-0으로 리드한 1회 선두 김민혁을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후 강백호의 안타와 박병호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만루서 장성우의 1타점 내야땅볼, 황재균의 1타점 2루타로 3점을 헌납했다.
2회 선두 오윤석에게 10구 끝 내준 사구는 장준원을 병살타로 잡고 지워냈지만 3회 위기를 넘지 못했다. 선두 앤서니 알포드를 유격수 안재석의 송구 실책, 강백호를 우전안타로 출루시킨 상황. 이후 장성우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만루서 배정대-오윤석(2타점)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맞고 역전을 헌납했다.
스탁은 결국 5-6으로 뒤진 3회 2사 2, 3루서 최승용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조기에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77개. 이후 최승용이 장준원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승계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실점의 시발점에 모두 실책이 발생해 8실점이 모두 비자책으로 기록되는 행운이 따랐지만 투구 내용은 전혀 에이스답지 못했다. 8실점은 6월 12일 LG전 7실점을 넘은 한 경기 개인 최다 실점.
선발투수의 난조를 극복하지 못한 두산은 결국 KT에 7-11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미란다가 2군에서 무너진 날 스탁마저 난조를 겪으며 패배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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