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덕아웃에는 뭐가 숨겨졌나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07.01 09: 07

[OSEN=백종인 객원기자] 7회 초 1사 후. 나성범 타석이다. 2구째는 116㎞ 커브였다. 먼 쪽 조금 높았다. 슬쩍 들어올린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었다. 3-3의 균형이 깨진다. 역전포다. (30일 고척, KIA-키움전)
돌아선 말 공격. 1사 2루에 이정후 타석이다. 원정 팀 벤치가 타임을 건다. 손가락 4개, 고의4구다. 1, 2루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김혜성과 이용규를 가볍게 처리한다. 모두 좌익수 플라이다. 큰 고비가 넘어간다.
8회 말.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 6번부터 시작이다. 하위 타선은 걱정할 일 없다. 홈런 친 이지영만 비껴가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만만하다. 게다가 전상현 아닌가. 7회부터 압도적이다. 빠른 볼만 던져도 못 친다. 9개 내리 포심이다. 그걸로 아웃 3개를 잡았다.

30일 KIA전 8회말 키움 전병우가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2022.06.30 /ksl0919@osen.co.kr

홈 팀이 분위기를 바꾼다. 6번 자리에 대타다. 21살짜리 신준우다. 전광판에 타율이 찍힌다. ‘0.115.’ 그걸로 달라질 게 있겠나. 긴장감은 1도 없다. 배터리도 그런 것 같다. 당연한 초구가 온다. 역시 빠른 볼이다. 카운트 하나 잡고 가자. 그렇게 어중간한 코스다.
그런데 웬걸. 신출내기(?)가 겁도 없다. 당돌하게 배트를 돌린다. ‘빡’. 공 깨지는 소리에 펜스 직격 2루타다. 고척돔에 환호와 탄식이 엇갈린다. “신준우의 2루타가 나오면서 덕아웃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두 탄 홍원기 감독의 흐뭇한 표정이다.
키움 신준우가 30일 KIA전에서 대타로 나와 2루타를 날린 뒤 기뻐하고 있다. 2022.06.30 /ksl0919@osen.co.kr
의외의 카운터 펀치다. 충격은 몇 배다. 홈 팀은 아드레날린이 솟는다. 반면 상대는 휘청거린다. 볼넷까지 내준다. 1사 1, 2루. 어쩔 수 없이 투수가 바뀐다. 마무리 정해영 등판이다.
첫 상대는 9번이다. 타격감 떨어진 전병우다. 당시 타율 0.202, 멘도사 라인을 헤매는 중이다. 매치업의 차이가 너무 크다. 예상은 뻔하다. 세이브 2위 투수의 우세가 당연하다. 그런데 또 한번 반전이다. 뜻밖의 결과다. 우중간 넘기는 2루타에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는다. 4-3은 4-5로 뒤집어진다. 5연승과 4연패가 결정된 순간이다.
하여튼 묘한 일이다. 도대체 알 수 없는 힘이다. 마무리 투수 입대, 주전 포수 트레이드, 4번 타자 이적, 외국인 타자 2군행. 기둥뿌리 몇 개가 뽑혀도 끄떡없다. 어느 새 1위와 1.5게임차다. 이날도 그런 패턴이다. 상위 타선은 꽁꽁 묶였다. 1~4번이 무안타로 일당 못했다. 대신 하위 타선이 힘을 냈다. 7~9번이 5타점을 만들었다. 상대 필승조도 무너뜨렸다.
이정후를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주력이 막히면 또다른 누군가 나타난다. 도대체 그 덕아웃에는 뭐가 숨겨졌는지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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