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VP 아리엘 미란다의 교체 결정이 난 지도 어느덧 닷새가 지났다. 그러나 그는 한국을 떠나지 않고 두산 2군 캠프인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 머물고 있다. “내 때가 올 것”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들으며 열심히 몸을 만드는 중이다.
미란다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베어스파크 체력단련장에서 근력 운동을 하는 15개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등 운동을 시작으로 이두, 가슴, 어깨 등 각종 부위를 열심히 단련시키는 모습을 영상에 고스란히 담았다.
미란다는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6일 잠실 KIA전에 선발 등판해 ⅔이닝 0피안타 7사사구 2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에 무너졌다. 어깨 부상으로 4월 23일 LG전 이후 63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KBO리그 역대 한 이닝 최다 4사구 불명예를 쓰는 악몽을 경험했다. 피안타 없이 4점을 모두 밀어내기로 헌납한 제구 참사였다.
두산은 결국 미란다를 전격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튿날 그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김태형 감독은 “다음 경기 개선 여지가 안 보인다. 힘든 상황이다. 말로 설명을 못할 정도의 투구였다”라고 혹평하며 “미란다는 2군에서 던지게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교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라고 밝혔다.
다만 교체 결정이 웨이버 공시를 의미한 건 아니다. 미란다는 여전히 두산 소속이고, 현재 2군에서 훈련을 진행 중이다. 미란다를 대체할 투수를 구해야 방출 작업을 진행하는데 메이저리그에 한국으로 올만한 마땅한 투수가 없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이미 한화가 예프리 라미레즈와 펠릭스 페냐, KT가 웨스 벤자민, KIA가 토마스 파노니 등 대체 외인투수를 잇따라 구하며 이전보다 풀이 더 좁아졌다.
두산 프런트 역시 만일을 대비해 대체 외인투수 후보군을 꾸려놓은 상황. 그러나 지금 당장 두산으로 올 수 있는 마땅한 투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김 감독은 “7월은 돼야 영입 가능한 선수들이 나올 것 같다고 들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빨리 접촉해서 되는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두산은 2군에 있는 미란다의 회복 경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란다를 다시 콜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란다 또한 고국 쿠바행을 택하지 않고, 계속 이천에 남아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어쨌든 올 시즌에 앞서 무려 190만달러(약 25억원)라는 거액에 재계약을 했기 때문에 선수가 팀을 떠나기도, 또 팀이 선수를 방출하기도 쉬운 상황은 아니다.
미란다는 이날 SNS 훈련 영상에 배경음악을 입혔다. Myke Towers라는 가수의 Llegará(때가 오다)라는 스페인어 노래인데, ‘내 때가 올 거야’, ‘난 절망하지 않을 거야’, ‘내가 더 노력할게’라는 가사가 눈에 띈다. 노래 가사대로 과연 미란다의 때가 다시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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