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형이 생색 내더라구요."
롯데 이대호(40)와 정훈(35)의 나이를 뛰어 넘은 우정은 유명하다. 방출, 아마추어 코치를 거쳐서 우여곡절 끝에 롯데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정훈은 이미 대스타인 이대호에게 살갑게 다가갔고 이대호도 정훈을 기특하게 생각하면서 절친이 됐다. 비시즌 함께 해외 개인훈련도 다녀오는 등 막역한 사이이기에 심심치 않게 함께 식사를 한다.
그래도 지난달 29일 사직 두산전 우천취소가 되고 난 뒤의 식사 자리는 특별했다. 이대호가 정훈을 집으로 초대했고 삼겹살을 함께 구워먹었다. 그는 "사실 (이)대호 형이 초대를 많이 하는제 제가 잘 안간다. 못하면 위축되는 스타일이다. 올해는 갈 성적이 안됐다"라면서 "오늘 못 칠 것 같아서 미리 밥이라도 먹이려고 대호 형이 부른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대호가 직접 삼겹살을 구웠다. "어느 자리든 대호 형이 고기를 굽는다. 저는 옆에 가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라고 웃은 정훈이다.
이대호가 구워준 삼겹살을 먹고 정훈은 복귀를 알리는 축포를 날렸다. 지난달 30일 사직 두산전, 3회 1사 1루에서 두산 곽빈을 두들겨 좌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지난 4월 24일 삼성전 이후 67일 만에 시즌 2호 홈런을 기록했다.
정훈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덕아웃으로 복귀했다. 모두 정훈의 복귀포를 반겼다. 이대호는 정훈을 격하게 껴안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생의 복귀포를 축하했다. 정훈은 "어제 삼겹살 구워준 걸로 생색을 낸 것 같다. '삼겹살 먹고 네가 홈런 쳤다' 이런 느낌이었다"라고 웃었다.
햄스트링 부상 두 번으로 이탈한 기간이 두 달 가까이 됐다. 정훈이 없는 기간 동안 롯데는 완전체 전력 구축이 힘들었다. 그만큼 정훈의 빈자리는 컸다. 정훈이 비록 슬럼프를 겪고 있었지만 베테랑의 존재감을 채우기에는 버거웠다.
빠르게 경기 감각을 찾는 게 중요했고 홈런이 그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안타도 잘 안나오고 있었다. 홈런 나올 것이라고 생각은 전혀 안했다. 그냥 경기 감각을 빨리 잡으려고 모든 공에 풀스윙한다는 생각을 했던 게 한 번 결과가 나왔다"라면서 "올해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어느 순간 공을 많이 맞추려고만 하더라. 공을 맞추려고만 하니까 나만의 장점이 사라졌다. 땅볼이 많이 나오고 뜬공이 전혀 안 나왔다. 그래서 재정비하고 풀스윙 장점만 생각하고 연습했다. 오늘 느낌 나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몸 상태는 80~90% 정도. 래리 서튼 감독도 일단 정훈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겠다고 말했다. 일단 다시 부상이 재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는 "한 달이라는, 너무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 동료들에게 미안했는데 바로 또 다쳐서 못 칠 때보다 더 힘들었다.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아파본 적이 없다. 몸 관리 중요성 다시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정훈의 시즌은 다시 시작이다. 롯데도 완전체가 됐다. 부상, 이전 기록들을 모두 잊고 완전체의 마지막 퍼즐로서 달려보려고 한다. "저만 이제 평균만 하면 된다. 우리 팀은 다 잘 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조금 더 공격면에서는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오늘 경기 전 기록들은 다 잊을 것이다. 오늘이 개막이라고 생각하고 남은 시즌 절반 끝까지 한 번 달려가보려고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