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노시환(22)을 아끼는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의 마음은 진심이다.
한화 노시환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지도 3주가 지났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 안타를 터뜨린 뒤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껴 교체된 노시환은 검진 결과 미세한 근육 손상이 발견됐다. 이튿날 1군 엔트리 말소.
한화는 노시환이 부상으로 빠진 날부터 시즌 최다 10연패 늪에 빠졌다. 노시환 부상 후 16경기에서 2승13패1무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그 사이 NC와 순위를 바꿔 10위로 내려앉았고, 간극도 4경기로 순식간에 벌어졌다.
가뜩이나 약한 전력인데 4번타자가 빠지니 경기를 이기는 게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하다. 감독 입장에서 당장이라도 노시환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감독뿐만 아니라 팬들의 마음도 마찬가지.
통증이 사라진 노시환은 서산 재활군에서 배팅 연습을 시작하면서 1군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100% 완벽한 상태를 거듭 강조하며 지도자의 양심까지 걸었다.
수베로 감독은 노시환에 대해 “통증이 없어졌지만 실전 경기에서 뛰는 것까지 봐야 한다. (허벅지는) 한 번 다치면 선수 생활 내내 계속해서 다칠 위험이 큰 부위다. 노시환은 이제 만 21세로 미래가 엄청나게 밝은 선수다. 100% 상태를 회복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지금 팀 상황이 우중충하고, 승리가 급하긴 하다. 하지만 당장 1~2승 더 하기 위해 (부상 선수를) 당겨 쓸 생각은 없다. 그건 나의 지도자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시환은 조만간 퓨처스 팀에서 실전 경기를 충분히 소화한 뒤 1군 합류 시점을 잡는다.
KBO리그 최초로 3년 연속 10연패 불명예 기록을 쓴 한화는 3년 연속 10위 꼴찌가 될 위기에 놓였다. 시즌 반환점을 넘은 시점에서 24승48패1무(.333)로 승률은 오히려 지난해(49승83패12무 .371)보다 낮아졌다. 3년 계약의 두 번째 시즌이지만 성적이 나쁜 감독에게 계약 기간은 있는 그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당장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도 있지만 수베로 감독은 선수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승리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두 달간 외국인 투수 2명 없이 싸웠지만 불펜 과부하도 최소화하고 있다. 구원투수들을 가급적 1이닝만 쓰며 3연투도 하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리빌딩 시간이지만 방패 막이를 자처하는 수베로 감독은 꾹 참고 견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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