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장맛비에 경기가 취소됐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30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SG-한화전이 오후 5시5분부로 취소됐다. 경기 전에 몇 차례 내린 장맛비로 인해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취소 결정이 난 뒤 비가 그쳤고, 하늘이 맑게 개면서 해가 떴다. 야구가 보고 싶었던 팬들로선 취소 결정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의아함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변덕스런 장마철 날씨와 그라운드 사정이 문제였다. 이날 오후 4시30분쯤 원정팀 훈련 시간 때 폭우가 퍼부었다. 열대성 소나기 ‘스콜’처럼 짧은 시간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내렸다.
구장 관리팀에서 비 예보 시간에 맞춰 대형 방수포를 준비했지만 깔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로 내외야 곳곳에 물 웅덩이가 생겼다. 김시진 KBO 경기운영위원이 그라운드에 내려가 잔디 상태를 주의 깊게 살폈다.
오후 5시쯤 다시 비 예보가 있었지만 방수포를 덮을 수 없었다. 그라운드가 젖은 상태에서 방수포를 깔면 땅이 더 질어지기 때문. 어쩔 수 없이 구장 관리 직원들이 손수 물을 빼면서 그라운드 복구 작업을 펼쳤다.
그러나 5시를 넘어 다시 비가 쏟아졌고, 평소 신중하기로 소문난 김시진 경기운영위원도 비교적 일찍 취소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날 경기에서도 두 팀은 1회말 38분간 우천 중단되는 등 경기 내내 비와 싸웠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그라운드가 젖었을 뿐만 아니라 물 엉덩이도 많았다. 선수들이 다칠 위험성이 크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양 팀 모두에게 나쁠 게 없는 취소였다. 한화는 이날 SSG 선발로 예고됐던 특급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와 승부를 피했다. 올 시즌 우천 취소가 겨우 두 번째였던 SSG도 강행군에 지친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한화와 SSG 모두 이동일이라 취소 결정이 나온 직후 각각 서울과 인천으로 넘어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