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포수가 다치면 공백을 메우는 건 기본이고, 클린업트리오를 맡아 해결사 능력까지 발휘한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KT 위즈의 트레이드 결단은 백업 포수 고민을 해결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2012 롯데 육성선수 출신인 김준태(28)는 지난해 7월 오윤석과 함께 정든 롯데를 떠나 KT로 트레이드 됐다. 첫해 활약은 미비했다. 롯데 시절 받았던 무릎 수술 여파로 10월 6일이 돼서 뒤늦게 KT 데뷔전을 치렀고, 장성우-허도환 체제에 밀려 11경기 타율 1할1푼8리로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김준태는 스토브리그서 허도환이 LG로 FA 이적하며 주전 장성우의 뒤를 받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안방 플랜에 물음표가 붙은 게 사실이었지만 그는 당당히 실력을 통해 그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올 시즌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함께 50경기 타율 2할9푼3리 2홈런 14타점 OPS .817 활약 속 주전에 버금가는 백업 역할을 수행 중이다.
최근 수원에서 만난 김준태는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있어 기분이 좋다”라고 웃으며 “올해가 데뷔 후 가장 눈치를 안 보고 야구를 하는 것 같다. 가장 즐거운 시즌이기도 하다. 형들이 자신 있게 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실제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라고 활약 비결을 전했다.
롯데에서는 통산 317경기 타율 2할2푼1리 11홈런 83타점으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김준태. KT 이적 후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그는 “롯데 시절에는 못하면 고개를 숙였는데 지금은 못하더라고 빨리 잊으려고 한다. 그리고 다음 타석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임한다. 못 쳐도 최대한 웃는다. 성격이 바뀌면서 성적도 좋아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준태는 올 시즌 득점권타율이 3할2푼1리, 장타율은 4할3푼1리에 달한다. 장성우가 부상 이탈했을 때 4번타자 박병호의 뒤를 이어 5번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장성우가 돌아온 뒤에도 타순과 관계없이 득점권만 되면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간다. KT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공격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김준태는 “난 원래 장타를 치는 타자가 아니었다. 출루를 신경 쓰면서 야구를 해왔다”라며 “그런데 이제는 장타에도 조금 욕심이 생긴다. 물론 그렇다고 타석에서 장타를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치다 보니까 장타율이 올라가고 있다”라고 멋쩍게 웃었다.
올해 김준태의 또 하나의 돋보이는 기록. 바로 잠실구장 성적이다. 투수 친화적인 드넓은 잠실에서 6경기 타율 5할7푼9리(19타수 11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9개의 2루타 중 절반이 넘는 5개가 잠실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모르겠다. 치다 보니까 잠실이 편하게 느껴진다”라고 본인도 신기해했다.
안정적인 수비와 관련해서는 롯데 시절부터 함께했던 선배 장성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준태는 “투수 리드는 (장)성우 형에게 가장 많이 물어본다. 형이 KT에 오래 있어서 투수들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투수들이 뭘 요구하는지 많이 이야기해줘서 사인을 낼 때 편하다”라며 “투수들도 모두 날 잘 따라와 준다. 나 역시 투수를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준태에게 끝으로 데뷔 후 가장 즐거운 시즌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작년에 KT에 와서 우승을 경험했지만 올해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팀과 함께 하면서 또 우승을 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더 잘해야 한다”라고 풀타임 우승 반지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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