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다 내려갈 것으로 봤는데…”.
해외파 신인 외야수 권광민(25)은 지난달 24일 1군 엔트리에 첫 등록됐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출장 기회를 얻었지만 최근 9경기 중 8경기나 선발 라인업에 들었다. 좌익수와 우익수, 코너를 오가며 은근슬쩍 한화 외야 한 자리를 꿰찰 기세다.
콜업 후 한 달이 조금 지난 가운데 권광민은 24경기에서 52타수 14안타 타율 2할6푼9리 6타점을 기록 중이다. 볼넷 13개, 몸에 맞는 볼 1개를 얻어 출루율이 4할1푼8리에 달한다. 선발 기준 최근 8경기 연속 안타 행진.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선구안이 좋은 젊은 선수들은 기회를 줄수록 적응과 성장 속도가 빠르다. 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공을 고르는 능력이 좋아지고, 자신의 야구를 보여줄 수 있는 숨통이 트일 것이다. 그런 선수가 지금 권광민이다”고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처음 권광민을 콜업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매 경기 나오는 선수가 될 것으로 예상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퓨처스 팀에서 보고 내용이 좋아 1군에 올렸는데 얼마 안 있다 2군에 내려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수베로 감독이 말한 그 순간은 지난 지난달 12일 문학 SSG전. 이날 7회 대수비로 교게출장한 권광민은 9회 2사 만루에서 SSG 마무리 서진용을 상대로 5구 만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이 모습이 수베로 감독에겐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수베로 감독은 “상대 마무리투수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는 모습을 보고 정말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권광민의 타격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서진용의 주무기 포크볼이 낮게 잘 떨어졌지만 권광민은 속지 않고 참았다.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출신인 권광민은 189cm, 90kg의 큰 체구로 고교 시절부터 툴이 좋은 선수로 평가됐다. 강한 어깨와 준수한 주력, 멀리 칠 수 있는 중장거리 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한화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선구안을 보여주고 있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도 19경기 타율 3할1푼4리 1홈런 17타점에 볼넷 13개를 얻어내 출루율 4할2푼2리를 기록했다.
29일 대전 SSG전에도 권광민은 4타수 2안타로 데뷔 첫 멀티히트 경기까지 했다. 5회 노경은의 슬라이더, 9회 좌완 박시후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안타를 만들어냈다. 1군 투수들의 변화구에도 대처가 되고 있다. 드래프트 지명 당시 한화가 권광민에게 기대한 즉시 전력의 모습. 허허벌판이던 한화 외야에도 희망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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