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일을 기다렸는데 38분을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SSG 베테랑 투수 노경은(38)이 성공적인 복귀로 건재를 알렸다.
노경은은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뜻밖의 변수와 마주했다. 1회 한화 1번타자 마이크 터크먼에게 초구를 던진 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경기가 중단된 것이다. 지난 4월28일 사직 롯데전에서 강습 타구에 의해 오른쪽 검지 손가락이 골절된 뒤 62일 만의 1군 복귀전에서 비가 훼방을 놓았다.
오후 6시54분 우천 중단된 경기는 7시32분에야 재개됐다. 38분간 경기가 멈추면서 어깨가 식었다. 경기 재개 후 터크먼에게 볼넷을 내준 노경은은 김태연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으면서 무사 2,3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부터 노경은의 진가가 발휘됐다. 정은원과 김인환을 연속 유격수 내야 뜬공, 최재훈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실점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2회부터는 제 페이스를 찾았다. 변우혁을 커브로, 노수광을 포크볼로 루킹 삼진 잡으며 삼자범퇴. 3회 1사 1루에선 김태연에게 투심을 던져 2루 땅볼을 유도, 4-6-3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다.
4회에도 최재훈을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잡으며 삼자범퇴한 노경은은 5회 선두 권광민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변우혁에게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6-4-3 병살타. 이어 노수광에겐 145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잡으며 선발승 요건을 갖췄다. 5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수는 72개로 예정된 개수 70개보다 2개 더 많이 던졌다.
직구(25개), 포크볼(14개), 투심(11개), 커터(9개), 커브(8개), 슬라이더(2개), 너클볼(2개), 체인지업(1개) 등 무려 8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팔색조’ 투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7km, 평균 144km로 힘이 있었고, 보더라인에 형성되는 제구도 안정적이었다. 노경은의 능수능란한 커맨드에 한화 타자들이 완전히 끌려다녔다.
62일 만의 복귀전에서 시즌 4승(2패)째를 수확한 노경은은 평균자책점도 2.63에서 2.17로 낮췄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롯데에서 방출돼 현역 연장 기로에 섰지만 SSG에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부상 악재도, 갑작스런 폭우도 노경은을 막을 수 없었다.
경기 후 노경은은 “투구수가 정해져 있어 3~4이닝 정도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필요할 때 더블 플레이가 나오면서 72구로 5이닝을 던졌다. 포수 (김)민식이가 사인을 내는 대로 던졌다”며 “전광판을 봤는데 구속이 147km까지 찍혔다. 생각보다 잘 나왔다. 도움을 주신 2군 컨디셔닝 코치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몸을 잘 만들고 올라올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