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투성이 유니폼…60억 FA의 가치를 단번에 알려 준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6.29 14: 46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취재진과 만난 60억 FA 외야수 박해민(LG)의 유니폼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달리고 슬라이딩하고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가 장점인 박해민의 가치를 단번에 알 수 있는 훈장이었다. 뛰어난 야구 센스까지 갖춰 공수주에서 거침없는 활약을 했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경기. 1회말 톱타자 박해민의 첫 타석 결과가 이날 경기의 흐름을 예고한 스포일러 장면이었다.
박해민은 NC 선발 구창모 상대로 1루수 옆 땅볼 타구를 때린 후 전력 질주했다. 구창모의 1루 베이스 커버가 약간 늦었고, 빠른 발에는 일가견이 있는 박해민이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됐다. 발로 만든 안타였다. 

경기종료 후 LG 김현수와 박해민, 문성주가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6.28 / soul1014@osen.co.kr

선발 투수에게 가장 어려운 1회, 선두타자 출루는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1루수의 포구 실책으로 무사 2,3루가 됐고, 구창모는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LG는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았다.
무사 만루에서 1점만 뽑은 LG가 쫓기는 흐름. 박해민은 두 번째 타석에서 흐름을 끌고 왔다. 박해민은 우선상 2루타로 출루했고, 2사 3루가 됐다. 채은성 타석에서 구창모의 투구는 원바운드가 됐고, 포수 양의지기 블로킹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면서 옆으로 살짝 튕겼다. 3루에 있던 박해민은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홈으로 과감하게 달려 세이프됐다.
양의지가 재빨리 잡아 홈 커버에 들어온 구창모에게 던졌으나, 구창모가 늦었고 박해민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됐다. 유니폼에 잔뜩 흙이 묻었지만, 값진 추가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 박해민은 “김민호 코치님이 투수보다 홈에 빨리 들어가면 살 수 있다고 말하셨다. 바운드 피칭만 보고 있었다. 멀리 튀지는 않았지만 체공 시간이 있어서, 2아웃 이후라 과감하게 승부했다”고 말했다.
경기 후 박해민이 취재진 인터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orange@osen.co.kr
빠른 발과 야구 센스는 7회 다시 번뜩였다. 1사 후 3번째 안타로 출루했다. 박해민은 투수의 견제구에 걸려 런다운에 몰렸다. 2루로 뛰어가다가 잠시 멈춰 1루로 되돌아가는 듯 했지만 2루로 달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됐다.
투수의 견제구를 받은 1루수는 곧바로 2루로 던졌고, 공을 잡은 유격수도 1루수로 다시 곧장 던졌다. 박해민은 수비수들이 협살로 몰아가지 않는 틈을 파고 들었다. NC는 이날 두 차례 비디오판독 기회를 모두 박해민의 플레이에 사용했는데, 한 번도 뒤집지 못했다.
박해민은 “"1루수들은 웬만하면 바로 던진다. 그것은 예상했고, 내가 (2루로) 간 거리가 얼마 안 돼 노진혁도 바로 던질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왔다. 노진혁이 잡는 순간 2루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고, 노진혁이 송구하는 순간 2루로 뛰었다. 순간적으로 판단을 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다소 운이 따른 장면이었으나 박해민의 빠른 발, 야구 센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사 1,2루에서 채은성의 적시타로 이날 3번째 득점을 올렸고, LG는 5-0으로 달아났다. 박해민의 2차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결정적인 득점으로 연결됐다.
홍창기의 부상 이탈로 이날부터 톱타자 임무를 맡은 박해민은 “창기가 워낙 잘해서 약간 부담은 됐지만 내 야구를 하면 메울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하자고 했다”며 "팬들이 아기자기한 허슬 플레이를 기대하시기에 오늘 경기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넓은 잠실구장에서 외야 수비는 자신감이 넘친다. 박해민은 "넓은 잠실이 오히려 더 편하다.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줄 수 있어 좋다. 좌중간 우중간으로 빠지는 타구를 빨리 처리해 한 베이스 덜 주는 것만 신경쓰면 된다. 야구장이 커서 체력적인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내 장점을 더 보여줄 수 있어 잠실구장에서 수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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