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야 감독이 좋아하는지 알죠.”
두산 김태형 감독은 무뚝뚝하다. 하지만 한 번씩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선수를 칭찬할 때가 대표적인데 지난 26일 잠실 KIA전에서 홈런을 친 2년차 내야수 안재석(20)을 향한 애정표현이 관심을 모았다.
안재석은 당시 8회말 우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팀의 8-4 승리에 확인사살을 했다.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그리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안재석을 멈춰세운 김 감독은 함박웃음을 짓고 양 손으로 볼을 쓰다듬으며 격하게 반겼다.
김 감독은 “그래야 감독이 좋아하는지 알지”라면서 애정표현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차지명으로 입단한 안재석은 입단 할 때부터 김태형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재호(37)의 뒤를 이을 차기 주전 유격수 감으로 점찍었다. 김 감독은 “주전이 되면 두 자릿수 홈런은 무조건 칠 것 같다. 타석에서 자기 메커니즘이 있다. 감독으로서 높이 평가한다”라며 지난해 1군에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신인 내야수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관심있게 지켜봤고 또 그에 상응하는 기회를 줬다. 지난해 96경기 타율 2할5푼5리(200타수 51안타) 2홈런 14타점 28득점 OPS .662의 기록을 남겼다. 13개의 실책이 ‘옥의 티’였지만 싹수가 보이는 신예라도 섣불리 기회를 주지 않는 김태형 감독의 스타일 상 비교적 많은 기회를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는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면서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 현재 63경기 타율 2할7리(140타수 29안타) 1홈런 11타점 12득점 OPS .537의 기록이다.
김태형 감독은 “그동안 경기를 뛰면서 생각한대로 되지 않아서 자신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라면서 “한 경기로 타격감이 좋아졌다고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간결하게 치려고 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공을 때리는 능력은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아직은 본궤도에 올라서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보다 수비에서는 확실히 좋아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수비는 자신감을 비롯해서 정말 좋아졌다”라고 밝혔다.
이제는 정말 ‘포스트 김재호’ 시대를 준비해야 하고 안재석은 선두주자다. 갈 길은 멀지만 사령탑과 구단 모두 믿음을 듬뿍 심어주고 있다. 안재석의 잠재력이 믿음을 자양분 삼아서 완전히 터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