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과 불펜 모두 지쳤다. 이제는 궤도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러 지점에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롯데 마운드의 여러 지표는 월별로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가장 좋았고 위력적이었던 4월은 이미 지나갔지만 여전히 4월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롯데 월별 투수진 지표
4월-ERA 3.00(2위) / WHIP 1.27(5위) / 피OPS .618(2위)
5월-ERA 4.79(4위) / WHIP 1.46(8위) / 피OPS .755(9위)
6월-ERA 4.96(9위) / WHIP 1.51(8위) / 피OPS .747(7위)
투수진 전체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보이는 가운데 투수진 전체 운영 방식은 경직되어 있었다. 구단 안팎에서 모두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과부하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은 72경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시즌을 되돌아보면서 “불펜들의 피로도가 많이 쌓였다. 왜냐하면 선발 투수가 3이닝 만에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또 계속 경기들이 접전으로 가다 보니 필승조들이 나갈 경기들도 굉장히 많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접전 경기가 많았고 선발진 조기 강판 등의 변수와도 마주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벤치의 운영 미숙과 한정적인 투수 기용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래리 서튼 감독과 리키 마인홀드 코치가 그동안 투수진을 운영했고 감독의 의중이 비교적 더 많이 투영됐다. 그러나 마인홀드 코치가 개인사로 팀을 떠나게 됐고 임경완 불펜 코치가 이제 1군 메인 코치를 맡게 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파트의 책임자가 달라지면 기조도 어느 정도 변하기 마련이다.
일단 마무리 투수 보직은 최준용에서 김원중으로 교체했다. 최근 최준용의 페이스가 썩 좋지 않았고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은 김원중은 정상 페이스를 되찾은 상태다. 지난 2년 간 60세이브의 경험을 쌓은 김원중을 마무리 투수로 전환하고 최준용이 필승조 보직으로 돌아가면서 지난해 필승조 구성으로 재편했다. 재편 후 첫 경기였던 지난 28일 사직 두산전은 8회 강우콜드로 끝났지만 필승조로 돌아온 셋업맨은 7회 무사 1루 상황에서 올라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역할을 완수했다.
나균안, 김유영 등 기존 필승조 자원이지만 흔들리고 있는 젊은 투수들에 대한 휴식 관리, 기용법에 대한 고민도 좀 더 세심하에 이뤄질 전망이다.
선발진 역시 중대한 변화가 있을 전망. 4월의 에이스였지만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점점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한 찰리 반즈도 이제 KBO리그의 방식대로 ‘5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4일 휴식 로테이션은 미국에서는 낯선 방식이 아니었다. 반즈와 서튼 감독, 마인홀드 투수코치 모두 4일 휴식 투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반즈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체감했다. 내부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제는 휴식을 좀 더 취하면서 등판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반즈는 4월 한 달 동안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65(41⅓이닝 3자책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반즈는 4월의 위력적인 모습을 잃어갔다. 5월 6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29(35⅔이닝 17자책점), 6월 5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4.34(29이닝 14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닝 소화력도 점점 떨어지면서 한 경기를 책임지지 못하는 에이스가 됐다.
전반기도 채 끝나기도 전에 벌써 106이닝을 소화했다. 212이닝 페이스의 반즈를 이제는 등판 일정 관리를 하면서 KBO리그의 통상적인 로테이션대로 남은 시즌을 치를 전망이다.
마인홀드 코치의 바통을 이은 임경완 1군 메인 투수코치는 “중간에 코치가 바뀌면서 선수들의 멘탈이 조금 흔들릴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경기 운영도 운영이지만 감독님과 같이 의논해서 선수들의 멘탈적인 부분을 잡아주는 게 내 역할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4월에는 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무리를 좀 한 것 같다. 접전 경기가 많다 보니까 나가는 선수들이 더 많이 경기에 나가며 피로도도 쌓였다. 이제 그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라면서 “경기는 이겨야 하는데 추격조 선수들도 써서 체력적으로 세이브하고 추격조 자신감도 붙여주고 레벨업 돼야 한다. 관리도 필요할 것 같다. 올해 하고 내년 못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하며 지친 마운드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