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도 이런 내야수는 없었다, 고척돔이 키운 'ML 최상급 수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6.29 04: 38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유격수였던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에선 최고의 수비형 유격수로 자리잡았다. 지금껏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수비력으로 인정받은 한국인 선수는 없다. 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쓰요시, 나카지마 히로유키, 가와사키 무네노리 등 내로라하는 일본인 내야수들도 수비로 혹평을 받은 곳에서 김하성은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손목 골절상으로 올 시즌 개막부터 샌디에이고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김하성은 타격이 조금 아쉽지만 수비에서 충분히 만회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니 마차도의 부상으로 3루까지 커버하고 있다.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유격수로 54경기(52선발) 452이닝을 뛴 김하성의 실책은 3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24명의 유격수 중 가장 적다. 지난 4월29일 신시내티 레즈전부터 6월1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까지 무려 41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닝 기준으로는 376이닝 연속 실책 없이 안정적인 수비를 이어갔다. 3루수로는 18경기(12선발) 127⅔이닝 무실책 중이다. 

8회초 수비를 마친 샌디에이고 김하성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관중석의 팬들에게 공을 선물하고 있다. 2022.06.13 / dreamer@osen.co.kr

6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콜로라도 찰리 블랙몬의 땅볼 때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이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2022.06.12 / dreamer@osen.co.kr
세부 지표를 봐도 김하성의 수비력은 메이저리그 상위권이다. 여러 구역을 나눠 타구마다 가중치를 부여해 얼마나 넓은 수비 범위로 실점을 막았는지 보여주는 ‘UZR(Ultimate Zone Rating)’ 수치는 4.6으로 유격수 전체 1위.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 아웃을 잡아냈는지 나타내는 ‘OAA(Outs Above Average)’ 수치도 4를 찍으며 전체 유격수 중 6위에 이름이 올라있다. 
팀 동료들도 김하성의 수비를 인정한다. 골드글러브 2회 수상자인 3루수 매니 마차도는 “김하성은 골드글러브급 재능을 가진 선수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라고 생각한다. 영리한 선수라 어디에 있어야 할지 알고 있다. 야구 아이큐가 무척 인상적이다. 김하성이 있어 우리 내야는 손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김하성은 기본기, 스피드, 순발력, 어깨 모두 대단하다. 다른 선수들에게 볼 수 없는 플레이를 한다”고 치켜세웠다. 동료들의 극찬에 김하성은 “양 옆에 좋은 선수들이 있어 수비할 때 부담이 적다. 옆에서 잘 커버를 해주니 내가 묻어가는 것이다”며 겸손하게 답한다. 
샌디에이고 김하성. 2022.06.05 / dreamer@osen.co.kr
메이저리그에 와서 발전한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갈고닦은 수비력이 빛을 보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하성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 고척스카이돔을 2016년부터 5년간 홈으로 썼다. 고척돔은 인조잔디이지만 내야 모든 주로에 흙이 깔려 천연잔디 구장의 특성도 같이 지녔다. 과거 인조잔디 구장들은 베이스 부근만 흙으로 되어있었는데 고척돔은 미국 트렌드에 따라 설계됐다. 
이로 인해 고척돔은 내야수들이 가장 수비하기 어려워하는 구장으로 악명이 높다. 인조잔디로 타구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흙도 딱딱해 타구 바운드도 크게 튄다. 2016~2020년 5년간 김하성은 원정 349경기에서 실책 36개를 기록한 반면 홈 342경기에서 실책 56개로 20개 더 많았다. 
8회초 2사 1루 상황 콜로라도 로저스의 땅볼 때 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이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2022.06.12 / dreamer@osen.co.kr
고척돔을 홈으로 쓰느라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은 김하성의 견고한 수비력이 미국에 와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고척돔에서 빠르고 강한 타구를 처리한 경험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빠른 타구 속도를 처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고척돔에서 강하게 컸다는 해석에 김하성도 동의했다. 
그는 “고척돔은 수비하기 진짜 어려운 구장이다. 고척돔에서 수비해본 선수라면 전부 다 그렇게 느낄 것이다”며 “펫코파크도 타구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그라운드 관리가 잘 돼 있다. 메이저리그 구장들은 그라운드 자체가 한국보다 관리가 좋아 수비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7회초 1사 2루에서 넥센 김하성이 LG 박용택의 유격수 땅볼에 불규칙 바운드로 볼을 놓치고 있다. 2016.10.13 /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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