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55SV 소방수라 생각했었나? 여기 진짜 로또가 있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2.06.28 13: 07

누가 소방수라 생각했을까? 
지난 2020년 7월1일 광주 한화전. 1-3으로 뒤진 가운데 9회초 19살 루키가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전이었다. 1이닝을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았다.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었지만 병살을 유도했고, 간판타자 김태균을 삼진으로 잡았다. 그것도 3구만에 돌려보냈다.  9회말 타선이 터져 4-3으로 승리했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내고 히어로 인터뷰 단상에 올랐다. 
이 때까지도 정해영이 KIA의 소방수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했다. 입단할 때부터 후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1차 지명도 받지 못할 뻔 했다. 광주일고 3학년 때 스피드가 137~138km로 줄었던 것이 이유였다. 1차 지명자 계약금도 2억 원이었다. 1년 선배 김기훈은 3억5000만 원을 받았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투수 정해영./OSEN DB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어 스피드와 구위가 좋아지며 어필했으나 개막전 1군 엔트리는 탈락했다. 대신 퓨처스 팀에서는 선발수업을 했다. 1군 선발진의 지원군이었다.  8경기에 등판해 ERA 5.50. 두 달 째가 되어도 1군에서 콜업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 6월 말 더블헤더 특별엔트리 자리가 비면서 임시 선발로 콜업을 받았다. 그런데 비가 내려 더블헤더가 없어지면서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언제 다시 2군으로 내려갈 지 몰랐다. 
그러다 한화전에 데뷔를 했다. 만일 한화전에서 의미있는 투구를 못했다면 다시 퓨처스행 가능성이 높았고, 지금의 정해영이 없었을 수도 있었다. 19살 루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갈수록 힘 좋은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올라가면 팀이 이겼다. 추격조에서 필승맨으로 승격했고, 어느새 소방수로도 한 번 나섰다. 47경기 5승1세이브11홀드의 우등성적을 올렸다. 
2021 마무리 투수는 전상현이었다. 그런데 어깨통증으로 팀을 이탈하자 맷 윌리엄스 감독은 정해영을 대안으로 낙점했다. 제구와 배짱, 강속구는 아니지만 직구의 힘이 좋아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최연소 30세이브, 임창용과 타이거즈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34SV)까지 세워버렸다. 5승과 8무승부가 아니었다면 40세이브도 가능했다. 
2022년도 부동의 소방수로 뛰면서 어느새 20세이브를 기록하며 타이틀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07~2008년 한기주 이후로 처음으로 2년 연속 20세이브기록이다. 최연소 통산 50세이브도 달성했다. 이런 추세라면 2년 연속 30세이브를 넘어 타이거즈 최다 신기록과 최연소 40세이브까지 넘볼 기세이다. 독보적인 세이브 기록 보유자가 될 정도로 꾸준히 성장히고 있다. 이젠 멀티 이닝도 소화하고 있다. 
김종국 감독은 "볼끝의 회전과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 타자들이 느끼는 스피드가 실제보다 더 빨라 정타가 나올 확률이 적다. 어리지만 배짱도, 요령도 좋다. 제구력이 좋아 빨리 승부한다.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빨리 나오도록 유도한다. 예의도 깍듯해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선수이다"고 극찬했다. 
KIA는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임창용 이후 20년 넘게 그렇게 찾고 또 찾았던 마무리 투수를 얻었다. 아무도 생각치 못했던 소방수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다. 연봉은 1억7000만 원에 불과하다. 아직 만 21살이 되지 않았는데도 55세이브를 수확했다. 본인은 만족하지 못한다. 출루없이 완벽하게 1이닝을 막아야 진정한 세이브 투수라는 생각이다. 정해영의 성장세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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