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기량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래도 약 4년 만에 154km의 구속을 뿌리며 회춘의 희망을 엿봤다. 올해 연봉 3200만 달러(약 411억 원)을 받는 베테랑 좌완 투수 데이빗 프라이스(37)가 불펜진이 괴멸된 LA 다저스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프라이스는 올 시즌 17경기 승패 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3.57(17⅔이닝 7자책점) 4볼넷 22탈삼진 WHIP 1.3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08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데뷔한 좌완 파이어볼러로서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5차례의 올스타에 선정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라이스는 현재 다저스 불펜의 패전조, 추격조 투수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프라이스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는 0-3으로 뒤진 6회말, 선발 미치 화이트, 알렉스 베시아의 뒤를 이어 올라와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팀은 3-5로 패했지만 이후 추격의 발판을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고무적인 것은 이날 프라이스가 기록한 구속이다. 프라이스는 2사 1,2루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재능'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와 맞붙었다. 하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1B-2S의 카운트에서 95.8마일(약 154km)의 싱커를 뿌리면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스탯캐스트’에 의하면 아쿠냐 주니어를 삼진으로 잡은 공은 올 시즌 프라이스의 최고 구속이다. 아울러 2018년 이후 프라이스의 개인 최고 구속이기도 했다.
현재 다저스는 불펜진이 괴멸됐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두 명의 투수가 모두 전열을 이탈했고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불펜 에이스였던 블레이크 트레이넨이 4월 중순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리고 지난 25일 애틀랜타전에서 다니엘 허드슨도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다. 허드슨은 올해 1년 7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2승3패 5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2.22로 활약하며 올해 다저스 불펜의 기둥 역할을 했다.
치명적인 공백이 생기며 불펜진 재편이 불가피한데 프라이스의 회춘투가 주목을 받았다. ‘LA 타임즈’는 28일, ‘프라이스가 26일 경기에서 자신의 시즌 최고 구속을 하면서 다저스 불펜에서 역할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프라이스의 혼신투에 고무적이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음 등판에서도 그 정도의 구속만큼 던질 것이라고 희망한다”라며 “1년 동안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 활약을 반복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만약 지난 등판같은 모습이 반복된다면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 불펜이 무너진 상황에서 프라이스가 더 많이 중요도 높은 상황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이스는 지난 2016년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7년 2억1700만 달러(약 2788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어깨와 팔꿈치 등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점점 기량이 쇠퇴했다. 지난 2020시즌을 앞두고 무키 베츠와 함께 트레이드 되면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덤핑 처리의 성격이 강했다. 보스턴은 4800만 달러(약 616억 원)의 연봉 보조를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 3200만 달러의 연봉 중 1600만 달러(약 205억 원)을 보스턴이 부담하고 있다.
그만큼 프라이스의 가치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팀의 불펜진 재건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다시 높였다. 과연 프라이스는 명예회복에 성공하면서 다저스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