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호랑이’ 정해영(21·KIA)이 2년 연속 2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진정한 특급 소방수로 거듭났다.
정해영은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신고했다. 지난해 34세이브의 기세를 이어 2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정해영은 8-6으로 앞선 8회 2사 만루서 등판해 김재환을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위기를 수습했다. 이어 9회 1사 후 박세혁과 강승호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1, 2루 상황에 처했지만 안재석을 삼진,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정해영은 “항상 세이브는 기분이 좋다. 첫 세이브도, 두 번째 세이브도, 스무 번째 세이브도 다 그렇다”라고 밝게 웃으며 “그날 아버지, 어머니, 형이 모두 야구장에 오셨다. 가족이 보는 앞에서 20번째 세이브를 올려 더욱 뜻 깊었다”라고 2년 연속 20세이브 소감을 전했다. 정해영의 부친은 과거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정회열 동원대 감독이다.
정해영은 이날 벤치의 마운드 횟수 방문 착각으로 8회 1사 1, 2루 호세 페르난데스 타석 때 마운드에 올랐다가 연습 투구 이후 다시 불펜으로 향해 장현식이 페르난데스와의 승부를 마치길 기다렸다. 그리고 김재환 타석 때 다시 등판해 공 1개로 이닝을 끝냈다.
정해영은 “나도 당시에는 규정을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그래도 결과가 좋게 잘 나와 다행이다. 더 집중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기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정해영은 광주제일고를 나와 2020 KIA에 1차 지명된 3년차 특급 기대주다. 첫해 47경기 11홀드에 이어 지난해 64경기 34세이브로 타이거즈 뉴 클로저의 탄생을 알렸고, 올해 28경기 만에 20세이브를 달성하며 기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타이거즈 대선배인 한기주를 넘어 KBO 최연소(20세 9개월 9일) 50세이브까지 해냈다. 한기주는 2008년 9월 3일 대구 삼성전에서 21세 4개월 5일에 50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작년과 비교해 어떤 발전을 이뤄낸 것일까. 정해영은 “지난해에는 와르르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생각을 하면서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라며 “25일 경기에서도 9회 연속안타를 맞았지만 계속 생각을 했고, 박동원 선배가 멘탈을 잘 잡아주셨다. 신인 때부터 많은 경험을 쌓은 결과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멘탈이 원래부터 강했냐는 질문에는 승부욕이란 단어를 꺼내들었다. 정해영은 “원래 좋은 멘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 또한 그렇게 좋지 않다. 더 보완해야 한다”면서 “대신 요즘에는 야구장 안과 밖에서 내 성격이 다른 걸 느낀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승부욕이 많이 생긴다. 지기 싫다”라고 답했다.
마무리투수란 팀이 경기 막바지까지 리드를 잡고 있어야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보직이다. 지난해 9위에 그쳤던 KIA가 올해 꾸준히 상위권에서 순위싸움을 펼치고 있는 부분이 빠른 20세이브 달성에 도움이 됐다.
정해영은 “마무리는 팀이 잘해야 많이 나갈 수 있는 자리다. 나보다는 팀이 잘 돼야 한다”라며 “아무래도 작년보다는 훨씬 책임감이 생긴다. 집중력도 커진다. 나로 인해서 다시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정해영은 28일 오전 기준 세이브 부문에서 LG 고우석에 1개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3위 오승환(삼성)과는 2개 차이. 내친 김에 세이브왕까지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정해영은 "세이브왕을 하려면 40개는 넘겨야할 것 같다"라고 웃으며 "계속 착실히 경기를 하다보면 세이브가 30개가 되고, 40개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구원왕이 되는 그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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