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1.40이다. 하지만 이 투수의 보직을 명확하게 분류하는 게 힘들다.
롯데 자이언츠 5년차 불펜 투수 김도규(24)는 지난해 두각을 나타내며 신임을 얻었다. 43경기 2승1패 5홀드 평균자책점 5.79의 기록을 남겼다.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와서 트레이닝을 거쳐서 구속이 빨라졌고 1군 데뷔 시즌을 마쳤다.
올 시즌에는 필승조에 버금가는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기를 바랐다. 다만 올해는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뒤늦게 1군에 합류한만큼 김도규는 스스로 분발했다. 4월 24일 시즌 첫 등판에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홀드를 따냈고 29일 LG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등판들을 기록했다. 지난 5월 21일 두산전 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기록하며 난조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5월 26일 SSG전부터 시작으로 12경기 연속 무실점, 1승 1홀드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6월 평균자책점도 ‘제로’.
최근 호투를 발판으로 올 시즌 성적은 24경기 2승1패 2홀드 평균자책점 1.40(25⅔이닝 4자책점), 23탈삼진, 8볼넷, 피안타율 1할9푼8리,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1.01까지 끌어내렸다. 필승조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롯데 불펜 투수들 가운데 최근 페이스는 김도규가 가장 좋은 편이다. 6월을 기준으로 구승민(9경기 1패 3홀드 ERA 2.25) 정도가 안정감을 보여줬다. 김유영(10경기 2승 2홀드 ERA 5.00), 나균안(6경기 1패 1홀드 ERA 8.59), 김원중(7경기 2홀드 1세이브 ERA 4.50), 최준용(9경기 1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6.75) 등 필승조 성격의 선수들은 부진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김도규는 중요한 상황에서 중용 받지 못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4월에 세팅됐던 필승조 조합에서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경직된 불펜 운영으로 경기 중후반 분위기를 넘겨주는 경기들도 부지기수. 기존 조합이 부진하면 변화를 꾀할 법 했지만 여전히 롯데 필승조에 대한 인식은 4월에 멈춰있다.
김도규의 필승조 승격도 고려해볼 법 하지만 언제나 기존 필승조 투수들보다 후순위로 선택을 받았다. 필승조 테스트조차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12경기 동안 무실점을 거두는 과정에서도 필승조 투수들의 전리품인 홀드가 1개 뿐인 이유다.
지난 25일 키움전에서는 5-13, 8점 차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올라와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튿날인 26일에는 또 4-4 동점을 허용한 뒤인 6회초 1사 1,2루에서 나균안의 뒤를 이어 올라와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도 등판하고 때로는 동점 상황이나 급박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등 보직 자체가 모호하다. 현재로서는 추격조에 가까운 투수라고 봐야하지만 명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모호한 보직에 머물기에는 현재 페이스가 너무 좋다. 과연 김도규는 언제쯤 명확한 보직과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