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나가는 게 고통스러웠다.”
삼성 외야수 김헌곤(34)은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2회 김민우 상대로 우전 안타를 치면서 1루에 나간 뒤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43타석 연속 무안타에서 벗어난 순간이었다.
김헌곤은 지난달 28일 잠실 LG전부터 22일 대구 키움전까지 20경기 43타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두 번 출루했고, 희생번트 1개와 희생플라이 2개를 제외하면 37타수 무안타. 그 사이 김헌곤의 타율은 2할2푼3리에서 1할7푼까지 급락했다.
43타석 연속 무안타는 지난 1995~1997년 태평양·현대 염경엽(51타석), 2014~2015년 NC 손시헌(48타석), 1983년 OB 유지훤(47타석)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로 긴 기록이다. 삼성의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김헌곤의 연속 무안타 기록도 달갑지 않은 화제가 됐다.
김헌곤은 “(경기에) 나가는 게 고통스러웠다. 누가 나가도 나보다 잘할 수 있는데 내가 나가는 순간에는 이길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야구라는 게 마음 같지 않다. 야구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게 그렇겠지만 다시 한 번 느꼈다”고 그동안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김헌곤은 이튿날 한화전에서도 3회 좌중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장타 손맛까지 봤다. 2경기 연속 안타. 이렇게 김헌곤이 기나긴 악몽의 터널에서 벗어난 사이 또 다른 타자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NC 외야수 이명기(35)다.
이명기는 지난 15일 창원 KIA전에서 6회 임기영 상대로 뽑아낸 우전 안타가 가장 최근 안타. 이튿날 KIA전부터 26일 문학 SSG전까지 8경기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하며 32타석 연속 무안타 늪에 빠졌다.
그 사이 볼넷 3개를 얻고, 희생플라이가 1개 있었다. 28타수 무안타. 시즌 타율도 2할8푼2리에서 2할2푼5리로 뚝 떨어졌다. 지난 2014년 SK(현 SSG) 시절 28경기 연속 안타로 KBO리그 역대 공동 4위 기록을 세운 이명기는 13시즌 통산 타율 3할7리의 교타자다. 그런 타자가 32타석 연속 무안타의 침체에 빠져있으니 야구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명기는 28일 잠실 LG전에서 연속 무안타 탈출을 노린다. LG 선발투수는 케이시 켈리. 이명기가 통산 21차례 맞대결에서 20타수 4안타 타율 2할로 고전했던 투수라 연속 무안타 기록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야구를 하다 보면 누구나 갑작스런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 30~40타석 연속 무안타 기록이 지금껏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김헌곤과 이명기에겐 시기가 아쉽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을 마치면 첫 FA 자격을 얻는다. 오로지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FA 시즌에 기록상으로 큰 손해를 보는 연속 무안타에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