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은 KBO리그 10개팀 중 최대 부상 병동이다. 개막 후 12명의 선수들이 총 18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진 않았지만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선수들도 있었다. 지금도 구자욱, 김상수, 이원석, 김동엽, 김지찬, 이재현 등 주축 타자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베스트 전력으로 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개막전부터 주축 선수들의 코로나 감염으로 시작했으니 한 번도 완전체로 싸워본 적이 없다. 매일 힘겨운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지만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34승38패로 5위 KT(34승36패2무)에 1경기 뒤진 6위다.
이렇게 삼성이 5강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데에는 대체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베테랑 중심 선수들이 있다. 특히 4년 50억원 FA 계약의 두 번째 시즌인 거포 1루수 오재일(36)과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33)가 이탈 없이 삼성 라인업을 떠받치고 있다.
오재일과 피렐라 모두 6월 들어 타격이 다소 침체돼 있다. 5월까지 45경기 타율 2할7푼 11홈런 35타점 OPS .899였던 오재일은 6월 22경기 타율 2할8푼6리 1홈런 8타점 OPS .749로 장타가 눈에 띄게 줄었다. 5월까지 47경기 타율 4할 7홈런 32타점 OPS 1.082로 리그를 폭격한 피렐라도 6월 22경기 타율 1할9푼8리 5홈런 15타점 OPS .717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재일과 피렐라가 있는 것과 없는 건 차이가 크다. 잘 치고 못 치는 것을 떠나 (두 선수가 없으면) 라인업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부상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두 선수가 경기에 나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고 이야기했다.
26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허 감독은 오재일에게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오재일을 지명타자로 쓰며 수비 휴식을 하루 주려고 했지만 오재일이 거부했다. 1루 수비를 자청했고, 덕분에 허 감독은 라인업 구성에 고민을 덜었다. 포수 김태군을 지명타자로 넣어 라인업에 조금이나마 더 힘을 실었다.
허 감독은 “오늘 오재일을 지명타자로 쓸까 했는데 본인이 수비까지 할 수 있다고 하더라. 다들 아픈 상태인데 책임감을 갖고 수비도 나가며 희생해주고 있다. 감독으로서 고마운 마음밖에 없다”고 말했다.
팀 내 최다 69경기를 출장한 피렐라도 마찬가지. 지난 25일 한화전에서 9회 피렐라를 대주자 박승규로 교체한 허 감독은 “잔부상도 있고, 피로 누적이 심해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상황에선 빼줄 생각이었다”며 “피렐라의 체력 안배를 생각 안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수비를) 빼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만큼 팀 사정이 좋지 않지만 피렐라는 군말없이 수비에서도 높은 기여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5일 한화전에서 7회 정확한 홈 송구로 3루 주자 노수광을 잡아낸 데 이어 26일 한화전에도 7회 마이크 터크먼의 낮게 깔리는 안타성 타구에 빠르게 자세를 낮춰 캐치했다. 허 감독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피렐라의 호수비가 승기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