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야구 감독들이 요즘은 ‘비’를 바란다. 시즌 반환점을 앞두고 체력적으로 지칠 시기. 그동안 쭉 이어진 가뭄으로 우천 취소도 어느 때보다 적은 시즌이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운영을 하는 감독들도 하늘을 보면서 비를 기다린다.
하지만 26일 대전 삼성전을 앞둔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비가 싫은 듯했다. 경기 시작 3시간여를 앞두고 한두 방울씩 비가 떨어졌고, 감독 인터뷰 시간 때는 억수같이 쏟아졌다. 투수진 소모가 있는 한화로선 비가 나쁠 게 없었다.
그런데 수베로 감독은 “비가 오는 게 좋지만은 않다. 오늘 선발 남지민의 투구를 보고 싶다. 지난 등판에서 좋았고, 그때 배우고 적응한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된다”면서 “오늘이 8일 만에 등판인데 취소되면 또 미뤄진다. 투수가 너무 오래 쉬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남지민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1승6패 평균자책점 6.58로 표면적인 성적은 좋지 않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으로 대체 선발 기회를 얻었고,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창원 NC전에선 개인 최다 6⅓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쾌투했다.
한화는 예프리 라미레즈에 이어 펠릭스 페냐까지, 대체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들어왔다. 라미레즈는 지난 21일 잠실 LG전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25일 입국한 페냐는 이날 대전 홈구장을 찾아 선수단과 상견례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국내 선발투수 중 누군가 불펜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남지민은 선발진에 잔류할 전망이다.
수베로 감독은 “남지민은 선발 로테이션에서 계속 보고 싶다. 그 정도 나이와 구위를 가진 선수는 선발로 배우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선수에게 기회를 뺏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남지민은 올 시즌 최고 구속을 153km까지 끌어올렸다. 장기적으로 한화가 키워야 할 선발 유망주이고, 수베로 감독도 충분한 기회를 줄 계획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