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선수에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높은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현역으로 군 복무까지 마쳤다.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팀이 극한의 위기에 빠지자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졌고 이들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롯데 내야수 이호연(27), 외야수 황성빈(25)은 이제 어엿한 1군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롯데는 5월 내내 부상자들로 신음했다. 전준우, 한동희, 정훈, 이학주 등 핵심 선수들이 이탈했고 여기에 고승민, 김민수 등 젊은 백업 자원들까지 부상으로 1군을 빠져나갔다. 1군 선수단에는 신진급 선수들이 대거 콜업됐고 2군은 선수 자체가 부족해져서 다른 포지션으로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롯데는 뎁스의 실험대에 올라섰다. 그렇다고 암울한 상황에서 1군에 올라온 젊은 선수들을 질타해서도 안됐다. 최고참 이대호는 부상자들이 많고 1군 로스터가 젊어진 상황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잘 해달라고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라고 말하며 젊은 선수들을 향한 기대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습자지처럼 얇아진 뎁스 속에서도 진주를 발굴했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성장했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비교적 주목도가 덜 했던 선수들이었기에 반대급부로 돌아온 만족감은 컸다.
이호연과 황성빈은 모두 대졸 선수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에 입문하는 선수들이 더 주목받고 성공하기도 좋은 시대, 대졸 선수들을 향한 인식과 기대감은 낮다. 둘 다 높은 지명 순서도 아니었다. 광주일고-성균관대를 거쳐서 입단한 이호연은 2018년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지명을 받았다. 소래고-경남대를 나온 황성빈은 2020년 2차 5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더 이상 현역 군 복무를 꺼려하지는 않지만 야구와 떨어져야 하는 2년 여의 시간은 프로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기간이다.
하지만 이호연과 황성빈 모두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 어엿한 1군 선수의 티가 난다. 이호연은 1루, 2루, 3루를 볼 수 있는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타격 재능을 뽐내고 있다. 32경기 타율 2할9푼3리(92타수 27안타) 1홈런 9타점 8득점 OPS .714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 25일 사직 키움전에서는 데뷔 5년차에 감격의 첫 홈런을 쏘아 올렸다.
빠른 발을 주무기로 근성 있게 그라운드를 누비는 ‘롯데에 없는 유형’ 황성빈은 37경기 타율 2할9푼8리(114타수 34안타) 5타점 24득점 OPS .702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현재 24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5월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된 이후 테이블세터진에서 외야진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 자리를 꿰차는 모양새다.
암울한 뎁스의 위기에서도 롯데는 그래도 희망을 찾았다.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이호연과 황성빈은 전반기 롯데 최고의 발견이 아닐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