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치 유세이(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반전은 결국 없는 것일까. 현지에서는 이제 토론토의 인내심도 거의 바닥났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쿠치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워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6피안타(2피홈런) 1볼넷 5탈삼진 5실점(2자책점)을 기록했다. 팀의 4-5 패배를 막지 못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기쿠치는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투구 내용 자체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1회말 1사 후 윌리 아다메스와 12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후 앤드류 매커친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2사 1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루이스 유리아스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며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고 타이론 테일러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선제 실점했다.
이후 마이크 브로소에게 몸에 맞는 공까지 내주며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다. 빅터 카라티니를 삼진 처리하면서 1회를 겨우 마무리 지었다. 1회에만 40개의 공을 던졌다.
2회말에는 선두타자 케스턴 히우라를 유격수 실책으로 내보냈다. 유격수 보 비솃의 송구 실책. 이후 조나단 데이비스,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모두 삼진 처리하면서 2아웃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2사 후 폭투를 범했고 윌리 아다메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2실점 째를 기록했다. 이후 앤드류 매커친에게 투런포를 얻어 맞았다. 루이스 유리아스에게 다시 좌전 안타를 내줬지만 타이론 테일러를 삼진으로 솎아내 2회를 마무리 했다.
3회말에는 선두타자 마이크 브로소에게 좌중월 솔로포를 허용했다. 결국 찰리 몬토요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와 기쿠치를 교체해야 했다.
지난 2019년 시애틀과 7년 총액 1억900만 달러(약 1412억 원)의 계약을 맺으며 미국 무대에 도전한 기쿠치다. 계약 구조는 다소 특이했다. 첫 3년만 4300만 달러(557억 원) 보장 계약이고 이후에는 옵션이었다. 4년차를 앞두고는 시애틀 구단이 4년 6600만 달러(약 855억 원) 팀 옵션을 실행할 수 있다. 시애틀이 옵션을 택하지 않으면 기쿠치가 1년 1300만 달러(약 168억 원)의 개인 옵션을 행사해서 팀에 남을 수 있었다. 아니면 프리에이전트가 될 수도 있었다.
기쿠치는 시애틀에서 첫 3년 간 70경기 15승24패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고 이후 프리에이전트를 선언했다. 시장의 선택을 기다렸다. 직장폐쇄로 계약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토론토와 3년 3600만 달러(약 466억 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갔다.
기대가 있었기에 수요가 있었다. 토론토는 지난해 로비 레이(시애틀 매리너스)를 사이영상 투수로 발전시킨 피트 워커 투수코치의 지도력을 믿었다. 하지만 기쿠치의 계약 첫 시즌부터 3600만 달러 계약에 회의감이 드는 성적을 남기고 있다. 4월에는 1패 4경기 평균자책점 5.52에 그쳤다. 14⅔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볼넷을 헌납했다. 그러다 5월에는 교정 과정을 거치면서 좋아지는 듯 했다. 5경기 2승 평균자책점 2.36(26⅔이닝 7자책점)으로 반등했다. 볼넷 비율도 절반 가까이 낮췄다(11볼넷). 워커 코치의 지도가 효력을 발휘하는 듯 했다.
5월의 기세도 잠시 뿐이었다. 6월이 다 지나갔지만 기쿠치는 단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1이닝도 채우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이날 포함해 6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9.39(15⅓이닝 16자책점)로 극악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류현진이 수술을 받으면서 빠진 상황에서 기쿠치라도 안정을 찾아야 선발진이 그나마 수월하게 돌아갈텐데,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등판이 이어지고 있다.
토론토 지역 언론인 ‘토론토선’의 롭 롱리 기자는 SNS를 통해서 “밀워키 타자들은 지금 (기쿠치의)마이너리그급 피칭을 가지고 놀고 있다”라면서 “이번 등판이 기쿠치를 마지막으로 보는 것일까. 토론토의 대안 자체가 없지만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라고 설명하면서 기쿠치를 향한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섰음을 설명했다.
과연 기쿠치의 토론토 생활, 나아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