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남자, 김태연(25)이 살아나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과 함께 내외야 수비에서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한 성장통을 딛고 이제는 1루까지 커버하고 있다.
김태연은 지난 24일 대전 삼성전에서 7회 3루에서 1루로 수비 포지션을 옮겼다. 6회 공격에서 대타 노수광을 쓴 뒤 7회 이도윤이 3루 대수비로 들어가면서 김태연이 1루로 자리를 옮겼다. 시즌 첫 1루 수비 출장으로 2019년(2경기 3⅓이닝) 이후 3년 만이었다.
낯설고 어색할 법도 했지만 김태연의 수비는 침착했다. 1사 1,2루 위기에서 김호재의 1루 선상 타구를 잡은 뒤 과감하게 2루로 송구했다. 유격수 박정현이 2루 커버를 들어와 1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킨 뒤 1루로 송구했다. 투수 김범수가 빠르게 커버하면서 보기 드문 3-6-1 병살타가 나왔다.
김태연의 과감한 판단이 병살의 발판이 됐다. 남은 이닝에서도 실수 없이 1루 수비를 완수한 김태연은 25일 삼성전에서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8년 6월27일 대전 삼성전 이후 4년 만에 선발 1루수였다.
수베로 감독은 “김태연의 주 포지션은 3루수이지만 풋워크가 수준급이다. 1 루 수비를 맡기는 것에 부담이 없었다. 오늘은 1루에서 땅볼 타구 처리나 견제구 받는 연습도 했다”며 “앞으로 1루수로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갈수록 타격감도 올라오고 있어 활용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본다. 유틸리티가 가진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 중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깜짝 활약을 펼친 김태연은 올 시즌 외야수로 준비했다. 원래 포지션은 3루수이지만 노시환이 있는 한화에서 풀타임 주전이 되긴 어려웠다. 지난해 후반기 코너 외야수로 종종 나서 적응력을 보였고, 올 시즌 공식 포지션이 외야수로 분류되면서 전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야구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3루, 2루 그리고 우익수, 좌익수까지 내외야 4개 포지션을 오갔지만 수비 불안을 드러냈다. 타율 1할대 타격 부진과 맞물려 멀티 포지션의 폐해로 부각됐다. 지난달 초에는 2군에도 다녀왔지만 1군 복귀 후에도 한동안 타격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외야 출장 비율은 줄었지만 수베로 감독은 꾸준히 김태연에게 출장 기회를 줬다. 팀 내 그만한 타격 재능을 가진 선수가 많지 않고, 어떻게든 그를 살려 써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김태연도 그 믿음에 조금씩 응답하기 시작했다. 6월 들어 17경기에서 타율 2할7푼1리 1홈런 9타점 OPS .707로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최근 10경기에선 타율 3할1푼4리 1홈런 4타점 OPS .842로 완연한 회복세. 시즌 타율도 1할대에서 벗어나 2할대(.209)에 진입했다. 4번타자 노시환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졌지만 김태연이 2번 타순에서 한화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노시환이 부상에서 돌아오더라도 김태연이 좌타 김인환과 함께 1루수,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가질 수 있다. 25일 삼성전에도 김태연은 1루 수비에서 무난한 플레이를 하며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유틸리티, 멀티 포지션의 힘을 믿는 수베로 감독에게 김태연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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