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공을 던진 투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우완 투수 마이클 코펙(26)의 공 하나가 벤치 클리어링을 촉발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한 코펙은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호르헤 마테오(27)를 맞혔다.
1B-2S로 투수에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4구째 99마일(159.3km) 포심 패스트볼이 완전히 빠졌다. 마테오의 등 뒤로 공이 향했다. 몸에 맞는 볼. 다행히 정통으로 맞지는 않았다. 살짝 스치듯 맞은 마테오가 타석에서 잠시 뒤돌아선 뒤 코펙을 바라보며 몇 마디 했고, 양 팀 선수들이 순식간에 덕아웃에서 뛰어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물리적인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주심이 양 팀 감독에게 차례로 주의를 주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사구로 1루에 나간 마테오는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리치 마틴의 우전 안타 때 홈을 밟아 2-0으로 달아나는 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는 볼티모어의 4-1 승리. 코펙은 6이닝 3피안타 4볼넷 1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시즌 4패(2패)째를 안았다.
승패를 떠나 코펙의 공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 관심을 모았다. 경기 후 ‘MLB.com’은 1회 볼티모어 1번 세드릭 멀린스의 기습 번트 안타가 코펙을 화나게 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경기 시작부터 초구에 멀린스가 기습 번트를 댔고, 코펙은 짜증 가득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3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1회 투구 중 강판된 코펙은 번트 수비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곧바로 멀린스에게 2루 도루를 내준 코펙은 계속된 1사 3루에서 폭투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전날(24일) 경기에서 5회 화이트삭스 조쉬 해리슨이 볼티모어 투수 딘 크레머 공에 오른쪽 삼두근을 맞은 것도 정황상 빈볼로 의심할 만했다. 하지만 해리슨은 X-레이 검사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하루 쉬어가는 정도였다.
게다가 경기 초반인 2회였고, 초구도 아닌 투수에게 유리한 카운트에서 주축 타자도 아닌 마테오에게 빈볼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공을 맞은 타자 마테오도 “고의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불붙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펙도 “경기의 일부분이다”며 “몇몇 선수들이 덕아웃 난간을 뛰어넘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상황이 악화됐다. 상대 선수들이 (사구에) 화를 냈지만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에 타자를 맞히려고 하진 않는다”며 고의가 아니라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