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KIA가 규정을 어겼고, 김종국 감독은 퇴장을 당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이를 뒤늦게 인지한 심판진이 경고 절차 없이 퇴장 조치를 내린 결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KIA 김종국 감독은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8차전에서 경기 도중 퇴장을 당했다. 마운드 방문 횟수와 관련한 규정을 어기며 부임 후 첫 퇴장을 겪은 것.
KIA는 8-6으로 앞선 8회말 시작과 함께 박준표에서 장현식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장현식은 선두로 타선 대타 정수빈을 번트 아웃,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빠르게 2아웃을 잡았으나 안권수를 좌전안타, 양찬열을 볼넷 출루시키며 2사 1, 2루 위기에 처했다. 이 때 서재응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장현식-박동원 배터리와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흐름을 끊었다.
장현식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후속 호세 페르난데스 타석에서 볼 2개를 연달아 던지며 2B-0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것이다. 그러자 서재응 코치가 다시 마운드로 향했고, 투수를 마무리 정해영으로 교체했다.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이 연습투구를 실시하며 경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이 때 심판진이 그라운드에 한데 모여 4심 합의 판정을 진행했고, 전일수 심판위원이 마이크를 잡은 뒤 “동일 타자에서 코치가 마운드를 2번 방문해 감독님은 자동 퇴장이고, 장현식은 그대로 타자를 상대하고 바꾸겠습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다시 장현식이 마운드에 올랐고, 김 감독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2022 공식야구규칙 5.10 '선수교체·마운드 방문'에 따르면 ‘감독이나 코치는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또 다시 그 투수에게 갈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원주에는 ‘감독이 이미 한 번 마운드에 갔으므로 같은 이닝, 같은 투수, 같은 타자일 때 또 다시 갈 수 없다는 심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두 번째로 갔다면 그 감독은 퇴장되며, 투수는 그 타자가 아웃되거나 주자가 될 때까지 투구한 후 물러나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장현식이 정해영과 교체되는 상황을 돌이켜보면 심판진은 서재응 코치의 두 번째 마운드 방문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투수교체가 이뤄졌다. 만일 심판진이 규정을 제대로 숙지했다면 서재응 코치의 마운드 방문을 막았을 것이고, 가령 제지를 못했더라도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즉각 퇴장 조치를 내렸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심판진이 규정 위반을 뒤늦게 인지하며 경고 없이 감독을 퇴장시킨 셈이 됐다.
심판진은 경기 후 규정 미숙지에 따른 실수를 시인했다. 이날 심판진의 조장인 전일수 심판위원은 “서재응 코치가 마운드에 오르는 걸 적극적으로 막았어야 했는데 막지 못한 우리의 실수다”라며 “두산 쪽에서 어필이 왔던 건 아니다. 현장 심판들이 늦게나마 이를 인지해서 퇴장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현식은 규정에 따라 페르난데스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정해영에게 마운드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정해영이 2사 만루를 김재환의 좌익수 뜬공으로 극복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경기는 KIA의 8-6 승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퇴장을 겪은 김 감독은 “어제(24일), 오늘(25일) 정말 힘든 경기를 했다”라며 “긴 시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모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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