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야수 김헌곤(34)이 길고 긴 터널에서 벗어났다. 28일 동안 이어진 침묵 끝에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김헌곤은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9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2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통산 상대 타율 5할2푼9리(17타수 9안타)로 강했던 한화 선발 김민우를 맞아 선발 복귀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경기 전 “김민우에게 강한 점도 있지만 김헌곤의 준비가 잘돼 있다. 준비를 잘했다. 며칠 동안 타격코치와 조정을 했고, 이제 나올 때가 됐다”며 안타 가뭄의 끝을 예고했다.
허 감독의 기대는 첫 타석부터 적중했다. 2회 무사 1루에서 나온 김헌곤은 김민우의 2구째 140km 직구를 밀어쳐 1~2루 사이를 빠지는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1루를 밟은 김헌곤은 두 손을 모으며 작게나마 기쁨을 표했다.
남들에겐 평범한 안타 하나일 수 있지만 김헌곤에겐 간절히 기다린 안타 하나였다. 지난달 27일 잠실 LG전에서 8회 진해수에게 안타를 뽑은 뒤 43타석 연속 무안타 침묵에 빠진 그는 KBO리그 역대 4번째로 긴 무안타 불명예 기록을 쓰고 있었다.
지난달 28일 LG전부터 22일 대구 키움전까지 20경기에 나왔지만 안타가 없었다. 그 사이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두 번 출루한 게 전부. 희생플라이 2개와 희생번트가 1개 있었지만 좀처럼 방망이로 치고 나가질 못했다.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도 않았는데 28일 동안 무안타. 이 기간 삼성도 9승14패로 주춤하면서 김헌곤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렸다. 하지만 이날 무안타 침묵을 깨는 안타와 함께 혈이 뚫렸다. 3회 1사 만루에선 3루 땅볼을 치며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3-1로 달아나는 타점을 올린 뒤 6회 볼넷으로 나가며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5회 수비에선 그림 같은 호수비로 팀을 살렸다. 2사 1루에서 마이크 터크먼의 우측 깊숙한 타구를 대각으로 쫓으면서 몸을 날렸다. 낙구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 왼팔을 쭉 뻗어 낚아챘다. 잡지 못했다면 최소 2루타가 될 타구를 다이빙 캐치했다. 실점 위기를 막는 결정적 수비로 한화의 추격 흐름을 꺾었다.
김헌곤이 악몽에서 벗어나자 삼성도 한화에 5-2로 승리, 최근 4연패를 끊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