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노시환(22)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 안타를 치고 난 뒤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며 교체된 노시환은 검진 결과 미세한 근육 손상이 발견돼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났지만 아직 1군 복귀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4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노시환에 대해 “계속 회복 중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다”면서도 “생각보다 부상의 크기가 크다. 이제 커리어를 시작한 어린 선수다. 당장 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 건강도 중요하다”며 복귀를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한화는 노시환이 한 타석만 치고 빠진 9일 두산전부터 10연패 늪에 빠졌다. 노시환이 빠지기 전에도 모든 타격 지표가 최하위권이었지만 4번타자의 공백으로 전체 타선의 무게감 저하가 뚜렷했다.
KBO리그 최초 3년 연속 10연패 불명예 기록을 쓴 한화는 10위 꼴찌 자리가 굳어지고 있다. 한화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싸늘하다. 매년 반복되는 리빌딩 구호에 팬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당장 1승이 급하고, 노시환의 복귀가 간절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꾹 참고 있다. 오히려 리빌딩 방패막이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에서 전례가 없는 리빌딩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안경을 맞출 때 오차가 있는 도수를 맞추면 어지럽고, 정확하게 보기가 어렵다. 우리도 그런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작년보다 선수 개개인이 성장했다는 점이다. 발전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승패 결과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외국인 투수 둘이 빠진 어려운 상황에서도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나무보다 숲을 보려 한다. 디테일이 부족해서 내준 경기가 많지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잘 가르치며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 팀이 발전해 있을 것이다”며 “연패가 길어지면 포스트시즌 7차전 경기를 하는 것처럼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격려도 많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힘들지만 매일 지는 감독은 더 괴롭다. 성적에 대한 책임은 감독의 몫이다. 지난해 선수들을 모아 “열정을 보여달라”면서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던 수베로 감독이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열정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렇게 보여졌다면 사과하겠다. 우리 선수들은 진심으로 열심히 한다. 다만 작년에는 끝까지 싸우려는 모습이 안 보여서 그런 메시지를 준 것이다”며 “올해 외국인 선발투수들 상대로 점수차에 관계 없이 싸우려는 모습이 좋아졌다. 그런 모습들도 봐달라”는 말로 선수들도 감쌌다.
수베로 감독의 말대로 이날 한화는 삼성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을 괴롭히며 3점을 뽑아냈다. 3-0 승리와 함께 10연패를 탈출한 한화는 뷰캐넌 상대 7연패 사슬도 끊었다. 경기 후 수베로 감독은 “뛰는 야구와 지키는 야구가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수비에서도 필요할 때 더블플레이를 잘 만들어줬다. 연습 때 강조한 부분이 나와 뿌듯하다”며 모처럼 웃어보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