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선수들 이름을 거의 다 외웠다니까요?”
KT 위즈 4번타자 박병호는 최근 취재진에 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의 빠른 적응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지난달 30일 입국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동료 이름 암기는 기본이고, 가벼운 의사소통을 나눌 정도의 한국어 실력까지 갖췄다. 한글은 이미 뗀 지 오래. KT에 이른바 ‘인싸(인사이더)’ 외국인투수가 등장한 것이다.
얼마 전 수원에서 만난 벤자민은 선수 이름을 정말 다 외웠냐는 질문에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 위주로 외웠다”라고 쑥스러워하며 “미국에 있을 때 외국 선수가 우리 이름을 알면 소속감이 더 생겼다. 여기서도 한국 선수들과 빨리 친해지고, 하나가 되기 위해 외우기로 했다. 한글을 읽을 줄 알아 선수들 유니폼을 보며 외워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벤자민은 매일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독자적인 글자와 음을 지닌 한국어는 서구권 선수에게 상당히 생소한 언어.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 간 한국 선수가 빠르게 영어를 습득하듯, 벤자민도 동료들과 통역의 도움 속 빠르게 새로운 언어를 익혀나가는 중이다.
벤자민은 “한국에 왔으니 한국어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듣는 걸 계속 따라하려고 한다”라며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통역과 동료들에게 물어본다. 그 결과 발음도 좋아졌다”라고 그만의 언어 습득 비결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몰라요’, ‘죄송합니다’ 등 한국어 실력을 살짝 뽐내기도 했다.
이달 초 KIA와의 홈 3연전에서 전 동료 양현종(KIA)과 만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양현종와 한솥밥을 먹은 벤자민은 “KIA전에서 양현종을 만나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내가 한국어로 인사를 했더니 어떻게 그런 말을 벌써 할 줄 아냐고 놀라워했다. 나는 ‘형이 여기 오라고 해서 왔다. 책임져라’라고 농담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양현종은 향후 벤자민과 선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과거의 동료가 적이 된 것이다. 벤자민은 “미국에서 같이 뛰던 선수를 적으로 만나게 됐다. 기대가 된다”라며 “그밖에 NC 닉 마티니도 미국에서 우리 집 30분 거리에 살았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선수다. 야구계가 넓지만 생각보다 작다”라고 신기해했다.
벤자민은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9일 고척 키움전에서 3이닝 무실점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11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했다. 에너지 넘치게 공을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다”라며 “2주 동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지만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오는 26일 수원 LG전에서 복귀전을 갖는 벤자민의 쉬는 동안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21일과 23일 불펜피칭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팔꿈치 쪽에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선발 평균자책점 3위(3.40)에 빛나는 KT 선발진에 벤자민이 가세한다면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벤자민은 “KT 선발투수들이 참 잘한다. 내가 힘을 보태면 더 좋아질 것이다”라며 “다만 그렇다고 부담은 없다. 그저 잘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 다른 선발투수들을 본받아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라고 대체 외인 성공 신화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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