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올 시즌 롯데 불펜의 ‘노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지 3년차, 나균안(24)은 올해 보직을 전전하면서 묵묵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에 대한 우려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대목이다.
나균안은 올 시즌 19경기 1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24(51이닝 24자책점), 55탈삼진, 17볼넷, WHIP 1.39, 피안타율 .278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언뜻 보면 두드러지지 않는 기록이다. 하지만 나균안은 올해 롱릴리프, 추격조, 필승조, 그리고 선발 투수까지, 팀에 필요한 보직을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채우는 마당쇠 역할을 도맡고 있다.
시즌 초반 보직은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면 등장하는 롱맨이었다. 일찌감치 투수로 몸을 만들면서 키운 체력으로 구속을 끌어올렸고 위력적인 구위로 삼진을 연거푸 잡아냈다. 불펜의 롱릴리프로 활용하기에는 아까운 구위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주로 멀티이닝을 던지는 불펜으로 중용을 받았고 때로는 필승조 상황에서도 등판하는 투수가 됐다. 말 그대로 불펜 만능 키였다.
그러다가 김진욱의 부진으로 선발 자리를 꿰찼다. 선발 자리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5월 20일 두산전 6⅔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내기도 했다. 이후 3차례의 선발 등판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4경기 중 3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 최소한의 몫은 해냈다. 선발 4경기 평균자책점은 6.30.
이후 나균안은 다시 불펜으로 돌아왔고 롱맨과 필승조 역할을 겸하고 있다. 그러나 잦은 보직 전환에 나균안의 구위도 시즌 초반만 하지 못한 것이 사실. 6월 평균자책점은 9.42(14⅓이닝 15자책점)에 그치고 있다.
지난 23일 KIA전에서는 4-2로 앞선 7회 올라왔다. 롯데 불펜은 2이닝을 맡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8회 흔들리며 1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팀은 4-7로 역전패를 당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기 전, 2명의 롱릴리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두 명 중 한 명은 대체 선발이 가능한 투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5명의 선발에 1명의 롱맨이 있다면 6번째 선발 투수가 되는 것이다. 나균안이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 팀에 가장 가치 있는 선수다. 나균안은 롱릴리프, 브릿지 역할, 그리고 필승조 상황 등판도 가능한 선수”라며 나균안의 역할을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나균안, 서준원이 롱릴리프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제 다른 불펜 투수들의 건강도 계속 지켜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팀이 등판하는 모든 상황에 등판하는 나균안의 휴식과 루틴은 누가 지켜주고 있는지 다소 의문이다. 3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 22명 가운데 나균안(31이닝)은 가장 적은 15경기에 등판했다. 현재 페이스대로 등판을 하면 시즌 종료시 97이닝을 넘기게 된다.
나균안의 능력을 극대화 하고 최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지 않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