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멋진 외인이다.
지난 5월 27일부터 안타행진이 이어져 어느덧 19경기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그러나 20경기 연속 안타 생산은 실패했다. 21일 광주 롯데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첫 타석에서 정타를 만들었으나 상대의 시프트에 막혀 내야 땅볼이 되었다. 결국 안타행진이 멈추었다.
다음 날인 22일 롯데전도 첫 번째 타석 1루 땅볼과 두 번째 타석도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19일 삼성전 마지막 타석까지 포함하면 7타석 연속 무안타였다. 위기감이 찾아왔다. 상대배터리들이 좋은 볼을 주지 않은지 오래. 자꾸 낮은 코스로 뚝뚝 떨어지는 변화구로 승부를 해왔다.
소크라테스의 자세가 달라졌다. 세 번째 타석에서 갑자기 투수와 1루수 사이로 기습번트를 댔다. 그리고 죽어라하고 뛰었다. 학처럼 기다란 다리는 보폭이 넓고도 빨랐다. 세이프. 발로 만든 안타였다. 외인타자가 기습번트까지 댈 줄이야. 동료들도 놀랐다. 9회에서는 2루수 옆으로 빠지는 안타를 날려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주중 시리즈 3차전 23일 경기는 오랜만에 3번타자로 출전해 두 번째 타석인 4회 2사후 중전안타를 날렸다. 그러나 팀은 5회까지 0-4로 뒤지고 있었다. 에이스 양현종이 2회 한 점을 주고, 5회 3점을 내주었다. 상대 투수 박세웅에게 꽁꽁 묶였다. 연패 분위기가 더그아웃을 감쌌다. 그 때 소크라테스의 발이 실마리를 풀었다.
6회 2사후 이창진이 어렵사리 좌전안타를 날려 불씨를 살렸다. 소크라테스는 안타를 노리고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어이없이 빗맞은 타구가 3루 앞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학다리 선수는 또 죽어라하고 1루를 향해 돌진했다. 베이스를 밟으면서 세이프를 의미하는 팔을 벌렸다.
150억 타자 나성범이 소크라테스표 밥상을 마다 않고 우중간에 타구를 날려 보냈다. 1루주자 소크라테스는 또 죽어라 뛰어 홈을 밟았다. 다른 선수라면 쉽게 홈을 밟기 힘들었다. 나성범도 그것을 알았다. "소크라테스가 열심히 베이스 러닝을 해주어 2타점이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8회말 5득점 역전극도 연출했다. 대타 고종욱 3루타, 박찬호 2루타로 3-4까지 추격하고 맞이한 1사3루. 먼저 투스트라이크를 먹고도 짧은 스윙으로 우익수 앞에 타구를 떨구었다. 동점타였다. 그리고 상대투수의 짧은 폭투때 과감하게 2루를 파고들어 역전 찬스를 만들어주었다. 나성범이 왼쪽 담장을 맞히는 2루타로 화답해 역전득점을 올렸다.
23일 역전극의 주연은 나성범이었다. 그 판을 깔아준 것으로 소크라테스였다. 나성범은 "소크라테스가 편안하게 해주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3안타를 보탠 소크라테스는 3할4푼3리까지 끌어올려 타격 2위에 올랐다. 최다안타 1위(94개), 득점 1위(50점), 장타율 1위(.573)까지 달리고 있다. 성적 뿐만 아니라 야구에 진심을 다하는 열정으로 동료들의 100% 신뢰를 받는 일등 외인타자가 되었다. 삼성의 피렐라 처럼 말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