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가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그 누구도 이정후를 대체할 수 없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동료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데뷔 첫해부터 박병호(현 KT), 김하성(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배들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어느덧 젊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된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정후는 "옛날 넥벤저스의 명성을 이끈 선배님들은 이제 안 계시지만 선배님들의 명성을 이어 또 다른 영웅이 나오면 된다. 제가 훌륭한 선배님들을 보고 따라했듯 후배들도 저를 보고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후배들에게 더 와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또는 자세를 보고 한 명이라도 따라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휘집, 신준우, 박준혁, 박주홍 등 키움의 젊은 타자들은 이정후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럴 때면 농담하듯 한 마디씩 건넨다.
"야구는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렵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건 선수 본인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편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 아버지(이종범 LG 퓨처스 감독)께서 제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주신다. 편하게 말씀해주시는 게 더 와닿았다". 이정후의 말이다.
지난 2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1군 무대에 복귀한 이용규는 "내가 없는 동안 임시 주장을 맡았던 이정후에게 가장 고맙다. 아무래도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잘해줬다"면서 "주장의 책임감이 큰데 이정후는 어리지만 그럴 능력이 충분하다.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이정후는 "저는 진짜 한 게 없다. 많은 선배님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이다. 특히 투수조 선배님들의 도움이 컸다. 우리 팀 투수들이 정말 잘 던져준 덕분에 좋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근 10경기 타율 5할1푼3리(39타수 20안타) 5홈런 17타점의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이에 "저는 감이 좋을 때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좋을 때 최대한 많이 치고 싶다. 100%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치르는 선수는 없다. 현재 상황에서 100%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또 "트레이닝 파트에서 몸 관리를 잘해주시는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자신을 낮췄다.
타격왕 2연패를 목표로 내세운 그는 "지금 (타격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다. 138경기 정도 치르면 윤곽이 나올 것 같다. 타격왕에 오르기 위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을 비축하도록 준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