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내 것" 96구 교체 거부, 오타니가 보여준 야구의 낭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6.23 20: 29

타자로 8타점을 올린 다음날 13삼진을 잡은 투수. 메이저리그 최초 진기록을 쓴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가 또 한 번 만화 야구를 선보였다. 
오타니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22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시즌 최다 8이닝 108구를 던지면서 2피안타 1볼넷 13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펼쳤다. 타자로도 1안타 2볼넷 3출루를 기록하는 등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에인절스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오타니의 활약이 더 놀라운 건 전날(22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연장 11회까지 풀로 뛰었다는 점 때문이다. 스리런 홈런 두 방 포함 개인 최다 8타점 경기를 펼친 바로 다음날 투타겹업으로 나서 시즌 최다 108구를 뿌렸다. 13탈삼진도 오타니 개인 최다 기록. 연이틀 투타에서 개인 커리어 하이로 진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2022.06.10 / dreamer@osen.co.kr

오타니는 7회까지 96개의 공을 던졌다. 에인절스 타선이 7회 2점을 더해 스코어를 3-0으로 벌리면서 8회부터 불펜이 가동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오타니는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마지막 타자 엠마뉴엘 리베라를 헛스윙 삼진 잡으면서 화끈하게 포효했다. 투구수 관리가 철저한 현대 야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에이스 투수만의 ‘낭만’이었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대행은 “8회에 들어가기 전 오타니를 교체하려고 했지만 워낙 단호했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네빈 대행에게 “이건 내 것이다. (마운드에) 남겠다”며 교체 거부 의사를 확고하게 표시했고, 8회까지 보란듯 실점 없이 책임졌다. 
경기를 마치고 승리한 에인절스 필 네빈 감독대행과 오타니 쇼헤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6.10 / dreamer@osen.co.kr
오타니는 “8회까지 던질 여력이 남아있었고,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며 “가능한 길게 던지고 싶었지만 무실점으로 막는 것이 더 중요했다. 연패를 하고 있을 때 등판하는 것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다. 제대로 내 역할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는 소감을 말했다. 
상대팀 캔자스시티에서도 오타니에게 경의를 표했다. 외야수 위트 메리필드는 “오타니가 하는 것은 엄청나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다. 이 세대 유일한 선수”라며 “그와 같은 필드에서 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적장 마이크 매시니 캔자스시티 감독은 “오늘 오타니는 매우 독특한 투구 레퍼토리를 보여줬다. 이렇게 많은 무기를 가진 투수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3개의 다른 슬라이더에 커터, 커브, 스플리터를 던지며 무수한 삼진을 잡아냈다. 그는 100마일(161km) 공을 갖고 있지만 오늘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타자들이 힘들어했다”며 투수로서 오타니의 능력치 향상을 치켜세웠다.
이날 오타니는 슬라이더(46개) 중심으로 포심 패스트볼(27개), 커브(16개), 스플리터(15개), 커터(4개)를 구사했다. 최고 99.8마일(160.8km) 포심 패스트볼과 주무기 스플리터 비중을 줄이면서 슬라이더와 커브를 적극 활용해 캔자스시티 타선에 혼란을 안겼다. 특히 낙차 큰 커브를 결정구로 루킹 삼진 3개를 잡은 장면이 인상적. 느린 공으로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2022.06.10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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