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왕의 자존심은 살아있었다.
타격왕 경력의 KIA 타이거즈 캡틴 김선빈(33)이 침묵에서 깨어나며 맹타를 휘둘렀다. 김선빈은 부동의 2루수로 4월 3할3푼3리를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주로 2번타순에 포진해 찬스메이커로 제몫을 톡톡히 했다. 주장을 맡아 후배들을 독려하며 상위권 성적을 이끌었다.
"자리가 사람은 만드네요"라고 할 정도로 주장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훈련에 주변까지 챙기다보니 페이스가 흔들렸다. 5월은 2할9푼1리로 살짝 내리막을 걸었다. 급기야 6월은 타율이 쑥 빠질 정도로 부진을 겪었다. 그래도 중순까지는 3할을 유지했으나 갑자기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 15일 창원 NC전 마지막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 날 16일 NC전도 볼넷 3개를 골라내는 눈야구로 기여를 했지만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래도 안타생산이 곧 재개될 줄 알았지만 더 깊은 수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의 1~3선발 상대한 것이다.
장소를 안방 광주로 옮겨 삼성과의 주말 3연전에서는 원태인, 뷰캐넌, 수아레스를 상대하느라 12타석 1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볼넷도 없었다. 잘맞은 타구가 나오면 야수 정면으로 갔다. 타율이 3할에서 2할8푼3리로 뚝 떨어졌다. 목표로 삼았던 KBO리그 최초의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도 살짝 멀어지는 모습이었다.
월요일 휴식을 마치고 21일 롯데전에는 7번에 포진했으나 첫 타석도 1루 땅볼에 그쳤다. 무려 19타석 연속 무안타(3볼넷)의 침묵이었다. 김선빈의 출루가 뚝 떨어지고 리드오프 류지혁도 동반 부진에 빠져 KIA는 찬스 공급루트가 막혔다. 이때부터 2017년 타격왕의 자존심이 빛났다. 4회와 5회 연거푸 좌중간 안타를 생산하며 무안타 행진을 마감했다.
이어 22일 광주 롯데전도 7번타자로 나서 무더기 안타를 생산했다. 2회 첫 타석은 2루수를 넘기는 빗맞은 안타를 터트리더니 4회 무사 2루에서 중전적시타를 날렸다. 5회 2사후에는 좌전안타, 7회 2사후에는 우전안타를 날렸다. 밀고 당기도 받아치는 특유의 타격 기술이 나왔다. 9회 마지막 타석은 볼넷을 골랐다.
19타석 무안타에서 8타석 7타수6안타1볼넷의 반전 타격이었다. 타율도 2할9푼9리까지 끌어올렸다. 김종국 감독은 김선빈의 부진에 대해 "선빈이는 타격이 안좋았다가 금방 올라온다. 자기 타율을 찾아간다. 빗맞은 안타도 나오고 그러면 올라갈 것이다"고 전망했다. 사령탑의 말이 꼭 들어맞는 타격왕의 자존심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