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돌아온 차세대 좌완 구창모(25·NC)가 역대급 페이스를 뽐내며 KBO리그 에이스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구창모는 지난 2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8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4번째 승리(무패)를 챙겼다.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5월 28일 창원 두산전에서 마침내 복귀한 구창모. 4경기 평균자책점 0.40의 기세는 이날도 계속됐다. 6회까지 98구(스트라이크 62개)를 던진 가운데 최고 구속 148km 직구 아래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적절히 곁들여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6이닝 동안 득점권 위기는 2회 2사 1, 3루가 전부일 정도로 흐름이 안정적이었다.
경기 후 만난 구창모는 “수비와 공격에서 형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오랜 만에 복귀했지만 형들 도움 덕에 큰 부담 없이 매 경기 공을 던지고 있다”라며 “또한 (양)의지 선배님의 리드대로 던지니 결과가 좋다. 내가 하는 건 별로 없다”라고 호투 비결을 전했다.
이날은 타선이 1회부터 대거 7점을 지원했다. 구창모는 “마운드에 서기도 전에 7-0 리드를 잡아서 사실 조금 부담이 됐다”라며 “포수만 보고 빠르게 제구를 잡으려고 했다. 그 결과 점수를 안 주고 버텼다. 손아섭, 김기환 등 형들의 호수비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 덕에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구창모는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0.40에서 0.31까지 낮췄다. KBO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는 시즌 첫 5경기 평균자책점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2019년 LG 타일러 윌슨(0.26)이 1위, 2007년 현대 장원삼(0.28)이 2위에 올라 있다.
KBO리그 대표 좌완 에이스 김광현(SSG)은 올 시즌 첫 5경기서 평균자책점 0.56을 기록하며 이 부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구창모가 첫 5경기 성적만큼은 김광현을 넘어선 것이다.
구창모는 “생각지도 못한 빠른 페이스다”라고 놀라워하며 “오늘 100구 가까이 던졌으니 다음 등판이 더욱 기대된다. 매 경기 제구가 만족스럽지 않은데 계속 준비하고 보완해서 더 좋은 경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15경기 9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던 2020년과 경기력을 비교하면 어떨까. 구창모는 “당시에는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았다. 위기를 잘 넘겼고, 공을 던졌을 때 스트라이크라는 느낌이 있었다”라며 “지금은 공이 종종 빠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유리한 카운트를 계속 만들어야 공을 세게 던질 수 있는데 그렇게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보완점을 짚었다.
그래도 다행히 5경기 28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몸에 이상 징후는 느끼지 못했다. 아프지 않은 구창모는 류현진(토론토), 김광현, 양현종(KIA)의 뒤를 이을 한국의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불린다.
구창모는 “초반에는 조금 몸 상태가 불안했지만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부상에 대한 불안감이 아예 사라졌다”라며 “올해는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다. 내 투구에 집중하면서 리그에 좀 더 적응하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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