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가 태그 피하기 신공을 선보였다. 경기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김종국 KIA 감독이 6회초 돌연 1루수 황대인을 교체했다. 수비 문제로 풀이된다. 상황은 5-2로 앞선 5회초 수비였다. 1사후 안치홍 볼넷, 전준우 좌익수 옆 2루타가 나와 2,3루 위기에 몰렸다. 투수 이의리가 이대호를 3루 땅볼로 유도했다. 그러나 류지혁의 송구가 비켜갔다.
1황대인은 베이스를 이탈해 팔을 뻗어 볼을 잡았다. 발이 느린 이대호를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이대호를 태그하지 못했다. 1루 심판은 아웃판정을 내렸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태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글러브를 내밀었으나 이대호가 순간적으로 몸을 살짝 틀었다. 130kg 육중한 체중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이의리는 추가실점은 없었으나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야 했다. 김 감독은 6회초 수비가 되자 황대인을 내보내지 않았다. 3루수 류지혁을 1루수로 이동시켰고, 3루수로 김도영을 내세웠다. 황대인이 맡았던 4번자리는 김도영이 들어섰다. 다분히 문책성 교체로 보인다.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었다.
황대인은 전날에도 1회초 선두타자 황성빈의 번트 타구를 잡고 제대로 태그를 못해 안타를 만들어주었다. 황성빈은 달려오다 다이빙으로 태그를 피했다. 내야안타로 기록되었고 2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이틀 연속 태그 플레이에서 미숙함을 드러내자 바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 감독은 개막 초반 유격수 박찬호가 잇따른 무리한 수비로 실책을 연발하자 1회말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했다. 화려함을 쫓는 겉멋 수비에 대한 질책성 조치였다.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감독의 주문이었다. 한창 좋았던 타격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수비에서 안정감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
공교롭게도 황대인의 4번타순이 문제로 작용했다. 김도영은 6회 2사2,3루 타석에 들어섰으나 3구 삼진을 당했다. 연장 10회말 1사2,3루에서도 김규성이 삼진을 당하며 쉽게 아웃카운트를 넘겨주었다. 결과적으로 4번자리는 구멍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9회말 1사 만루 끝내기 찬스에서 박동원과 류지혁이 짧은 뜬공으로 물러났다.
롯데는 4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해 추가 실점으로 막고 7회 전준우의 동점투런포와 연장 10회 한동희의 결승타로 7-5 역전승을 거두었다. 황대인의 집중력을 잃은 수비도 문제였지만, 결과적으로 육중한 이대호의 몸놀림 하나가 경기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켰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