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기록을 세워서일까. 낯선 4번타자 자리에 부담을 느껴서일까.
4번타자 유격수로 출장해 결정적인 홈런까지 때리며 맹활약한 LG 오지환이 "4번타자는 1회용이면 끝났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지환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 유격수 겸 4번타자로 출장했다. 프로 데뷔 후 2번째 4번타자 출장이었다. 4번타자 채은성이 등에 담 증세로 이날 라인업에서 제외되며 결장했다. 류지현 감독은 5번타순인 오지환을 4번으로 올렸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를 책임지면서 공격에선 중심타자로서 해결사 노릇까지 해야 했다. 오지환은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경기 초반 결정적인 동점 적시타와 달아나는 쐐기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0-1로 뒤진 1회말 오지환은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려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LG는 3회 무사 만루에서 2점을 뽑아 3-1로 달아났다. 계속된 2사 2루에서 오지환이 한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려 5-1로 달아났다. 시즌 11호 홈런.
오지환의 활약으로 LG는 초반 리드를 잡았고, 중반 한화 추격을 따돌리고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오지환은 4번타자로 나선 소감으로 “지난해 시즌 막판 롯데전에 한 번 나갔던 걸로 알고 있는데,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찬스가 많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먼저했고, 찬스가 왔을 때 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은성이가 워낙 잘 치고 있었기에 티가 안 나게 좀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발 라인업 4번에 자신의 이름을 보고서 “왜 내가 4번이지 생각도 했다. 나는 약간 (수비로)체력 부담이 있어서 보경이나 잘 쳤던 친구들이 나가면 좋을까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로 결과도 좋고 분위기 전환도 좋아 다 좋았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4번타자로 나서 홈런도 친 것을 두고 “어떻게 보면 만화 같은 얘기고, 유격수로 4번타자에 홈런까지 친 것은 고등학교 때 한 번 해 봤나 모르겟다.(웃음). 딱 1회용으로 (오늘만 하고) 끝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농담 삼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잘하고) 여기서 끝내야 좋게 끝낼 수 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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