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전천후 잠수함투수 엄상백이 선발 고별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를 챙겼다. 외국인투수의 부상 복귀로 이제 다시 선발 자리를 내려놔야하지만 그는 “보직은 상관없다”라며 팀을 먼저 생각했다.
엄상백은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7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3볼넷 2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6승(2패)째를 챙겼다. 팀의 79일만의 5할 승률 복귀를 이끈 값진 호투였다.
1회부터 선두 손아섭의 중앙 담장 직격 3루타에 이은 이명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헌납했지만 이는 이날의 처음이자 마지막 실점이었다. 3회를 제외하고 6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득점권 위기는 2회 2사 2루가 전부였고, 나머지 이닝에서 모두 주자를 1루에 묶어둔 채 손쉽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최고 152km의 직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적절히 곁들여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엄상백은 경기 후 “타자들이 득점 지원을 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타자들에게 고맙다”라며 “(김)준태 형 리드한대로 잘 따라서 투구 결과도 좋았다. 오늘 경기로 팀이 오랜만에 5할 승률을 기록했는데 앞으로 더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엄상백은 올 시즌 KT의 야구의 숨은 조력자다.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해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부상 이탈하자 4월 17일 사직 롯데전부터 선발로 이동해 두 달 가까이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최근 새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합류하며 다시 불펜으로 향했다가 그가 첫 등판에서 부상을 당하자 다시 선발로 변신해 제 몫을 해냈다. 선발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4.04, 구원 5경기 1승 평균자책점 1.93으로 양 쪽 모두 기록이 훌륭하다.
선발 고별전을 아름답게 마친 엄상백은 나흘간 휴식을 취한 뒤 26일 수원 LG전부터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다. 이날 부상 복귀하는 벤자민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를 계획이다.
선발과 불펜을 계속 오가며 루틴,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을 법도 하지만 불평 하나 없이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엄상백이다. 그는 “불펜으로 가는 건 개의치 않는다”라며 “어떤 보직으로 나가든 최선을 다해서 내 공을 던지겠다. 무조건 팀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팀퍼스트 정신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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