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제게 다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디펜딩챔피언 KT는 작년 12월 3년 총액 30억원에 KBO리그 대표 4번타자 박병호(36)를 품에 안았다. 2017년 11월 황재균(4년 88억원) 이후 4년만의 외부 FA 영입이었다. 2020년 타율 2할2푼3리-21홈런을 시작으로 지난해 타율 2할2푼7리와 함께 간신히 20홈런을 치며 에이징커브 논란이 잇따랐지만 KT는 보상금 22억5000만원까지 포함해 총 52억5000만원이라는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스프링캠프서 일찌감치 4번 타순에 박병호의 이름을 써 넣었다. 이 감독만큼은 그가 3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최소 20홈런을 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캠프서 만난 이 감독은 “키움 시절 (박)병호가 나오면 항상 무서웠다. 걸리면 넘어가는 선수다. 우리 팀에 와서도 그런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성범, 최형우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고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결국 이 감독과 KT 프런트의 안목은 옳았다. 박병호가 한 시즌 20홈런이 아닌 전반기를 채 마치기도 전에 20홈런을 치며 국민거포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7차전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박병호는 5-1로 앞선 5회 선두로 등장해 솔로홈런을 쏘아 올렸다. 2B-1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NC 김태경의 4구째 몸쪽 직구(143km)를 노려 좌측 담장을 넘겼다. ‘국민타자’ 이승엽을 넘어 KBO리그 최초 9년 연속 20홈런 고지를 밟은 순간이었다. 아울러 지난해 118경기 동안 친 20홈런을 단 65경기 만에 달성했다.
박병호는 대기록 달성과 함께 이적을 결심했던 지난 스토브리그를 회상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민 KT의 믿음에 보답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최근 2년 동안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KT는 보상금까지 투자하면서 날 영입했다”라며 “당시 KT는 내게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 ‘에이징커브라고 보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만큼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이적 후 내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주신 감독님, 타격코치 두 분께 너무 감사드린다. 그래서 오늘 20홈런이 더욱 기쁘다”라고 흐뭇해했다.
2005년 LG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박병호는 2011년 넥센(현 키움) 이적과 함께 거포 본능을 깨웠다. 2012년부터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등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2년 연속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2014~2015년 50홈런을 비롯해 4년 연속 홈런왕을 거머쥐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 잠시 다녀온 뒤에도 2년 연속 30홈런으로 국민거포의 명성을 이어갔다.
에이징커브라는 평가 속에서도 박병호는 결국 2012년부터 올해(2016~2017 해외 진출)까지 9년 연속 20홈런을 치며 KBO 홈런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편 종전 최다 연속 20홈런 기록은 이승엽 KBO 홍보대사가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1997년부터 2012년(2004~2011년 해외 진출)까지 8년 연속 20홈런을 쳤다. 2013년 13홈런에 그치며 기록 행진은 8년 연속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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